유럽 축구 라리가

레알의 대대적인 리빌딩은 내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날두의 이탈을 예상하지 못했던 레알

 

그 누구도 호날두가 이번 여름에 레알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떠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았겠지만, 그것이 올해가 될 거로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테다. 그만큼 호날두의 이적은 레알은 물론 훌렌 로페테기 감독마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로페테기는 레알 감독에 취임하는 날 가진 기자 회견에서 “호날두는 늘 곁에 두고 싶은 선수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지금 레알에 있다”며 호날두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지만, 그의 이적으로 원래 계획했던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만 했다. 이는 레알도 마찬가지였다. 호날두의 매각은 그만큼 많은 변화를 안겨줬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레알은 원래 계획했던 시기보다 더 빠른 선수단 개편을 추진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보여준 이번 이적 시장의 행보를 고려하면, 거액의 이적료를 투자해서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 아니라 유소년 선수들과 외부에서 영입한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는 길을 선택한 듯하다.

 

페레즈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레알이 호날두의 대체자를 영입할 것이라는 점을 활용해 막대한 이적료를 벌어들이고자 하는 구단이 많은 까닭이다. 로스 블랑코스는 지난 2001년에 지네딘 지단을, 2016년에 폴 포그바를 매각했던 유벤투스나 지난여름에 네이마르를 판매한 FC 바르셀로나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

 

만약 레알이 이번 여름에 움직인다면, 유벤투스가 영입했던 잔루이지 부폰과 곤살로 이과인이나, 바르사가 데려왔던 필리페 쿠티뉴와 오스만 뎀벨레처럼 선수 본인의 가치보다 훨씬 더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필자는 유벤투스와 바르사의 투자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유벤투스는 지단과 포그바의 이적료를 활용한 덕분에 더 강해졌고 에이스의 매각 이후 두 번(2003년, 2017년)의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다. (2015년 제외) 바르사 역시 다양한 포지션에 보강하면서 팀이 전체적으로 강해졌다. 많은 돈을 써야 했지만, 이들의 투자는 옳았다.

 

그러나 지금 레알은 유벤투스나 바르사와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 유벤투스가 지단을 매각했던 2001년 당시에는 축구계에 지금처럼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구단이 많지 않았고 세리에A의 황금기 역시 조금씩 꺼져가는 시점이었다. 그만큼 거액을 투자하면 전력 보강을 하기 쉬웠다. 포그바를 매각했던 2016년에는 지금처럼 이적 시장 상황이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만큼 거품 현상이 심하지 않았다.

 

2018년인 지금은 완전 다른 상황이다. 레알 못잖게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구단이 많아졌고 지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파리 생제르맹이 지난해 여름 네이마르 한 명 영입에만 2억 2,200만 유로(약 2,878억 원)를 투자하면서 이적 시장의 거품 현상이 더 심해졌다. 과거에는 1억 유로(약 1,308억 원)로 그 팀의 에이스를 영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약 2억 유로(약 2,617억 원) 정도를 지급해야 영입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이것이다. ‘지금 당장 2억 유로 이상을 써서라도 레알에 필요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나 ‘레알의 전력을 지금보다 강화해줄 수 있는 선수를 당장 찾을 수 있을까’ 같은 물음이다. 그만큼 호날두의 공백은 크지만, 누가 온다고 해도 메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결정적으로 레알이라는 팀 전력 자체를 지금보다 높일 수 있는 선수는 네이마르나 킬리앙 음바페, 해리 케인 등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페레즈는 “우리는 국제 축구 환경이 어지럽게 바뀌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맞서야 한다”면서 과거처럼 이적 시장에서 과도한 지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여러 포지션에 걸쳐 보강한 바르사와 달리 레알은 여러 포지션에 걸쳐 좋은 선수들이 많다. 특히, 미드필더 쪽에서는 1군과 유소년팀 할 것 없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오히려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나마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을 꼽으라면 최전방 공격수 자리와 장기적인 중앙 수비수 정도다. 불필요한 포지션 강화를 위해서 과도한 지출을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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