➀유예 기간에 흑자 전환은 불가능에 가깝다
구단을 인수한 자본가는 UEFA와 합의하면 약 3년 정도의 FFP룰 유예 기간을 허용받을 수 있다. 이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일정 범위 내에서 적자를 허가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유예 기간이 끝나면 일정한 비율의 흑자를 기록해야만 한다.
그러나 UEFA의 요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은 프리미어 리그뿐이다. 다수의 리그가 UEFA의 주문을 따르지 못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중계료 격차가 심하다. 프리미어 리그는 2019년까지 약 51억 3,600만 파운드(약 7조 9,086억 원)의 중계료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 반면, 라 리가와 세리에A, 분데스리가의 중계료 수익은 프리미어 리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압도적인 중계료 수익은 이적 시장의 거품 현상을 촉진했다. 프리미어 리그의 중하위권 팀들도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면서 수요가 늘었지만, 그만큼 선수 공급이 따라잡지 못한 까닭이다.
이에 많은 구단이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에 고액의 이적료를 받고 선수를 매각했지만, 유소년 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한 팀들은 외부에서 비싼 값을 주고 대체자를 구해야만 한다. 지난 시즌 AS 모나코처럼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지 않는 한, 예전만큼 이적 시장에서 큰 규모의 흑자를 내는 것은 어렵다.
두 번째, 3년이라는 시간으로 거대한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는 어렵다. 프리미어 리그는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여러 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맺기 쉽지만, 라 리가와 세리에A는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구단주가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여러 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지만, 그 규모는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보다 크지 않고 계약 기간도 길지 않다. 기업들은 자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확실한 경제 효과를 내지 못하면 거액의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규모의 흑자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오늘날 이적 시장과 후술할 문제점을 고려하면, UEFA가 요구하는 수준의 흑자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 번째, 재정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라 리가와 세리에A는 막대한 부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세리에A는 다수의 구단이 구장을 가지지 못해 관중 수익과 2차 소득 창출이 어려워서 선수 매각과 TV 중계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해당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리그는 구장 건설과 아시아 시장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구장 문제는 시 의회의 허락과 부지 매입 등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3년 안에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외국 구단주들은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이나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축구에 투자한다. 그래서 당장 성과를 내기를 원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한다. 구단주가 누구냐에 따라 흑자 전환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