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진화론의 산 증거, 펩 과르디올라

[풋볼 트라이브=최유진 기자] 호셉 과르디올라의 진화가 멈추지 않는다.

 

펩이 변했다. 펩은 정밀한 전술을 짜는 감독이면서, 동시에 축구 경기에 있어 항상 정정당당하게 정면 승부했다. 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선수를 독려하면서 다득점을 얻어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전성기였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2011/12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무려 3.0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조세 무리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의 모습은 달랐다. 전반전을 1:1로 마친 상황에서 펩은 센터백인 빈센트 콤파니를 빼고 일카이 귄도간을 투입했다. 대신 미드필더였던 페르난지뉴가 수비진에 합류했다. 균형을 중시하는 펩답지 않은 공격적인 교체였다.

 

이 교체 이후 맨유는 느슨해진 맨시티의 빈 공간을 더욱 집요하게 노렸지만 펩의 승부수가 먼저 성공했다. 로멜루 루카쿠의 클리어링 미스를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빠르게 차넣었다. 1:2로 경기가 역전되었다.

 

그러자 바로 펩은 후반 14분 유일한 공격수였던 가브리엘 제수스를 빼고 엘리아큄 망갈라를 투입해 승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도 아니고, 펩답지 않게 1골의 우세를 지키기 위해 수비를 더욱 강화하는 ‘잠그기’를 시도했다.

 

맨유는 그런 맨시티를 치열하게 공략했지만 맨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손의 선방까지 뚫지 못하고 결국 1:2로 패배했다. 심지어 에데르손은 경기 막판 시간을 끄는 모습까지 보였다.

 

수비적으로 우세를 지키는 전술도 어설픈 팀은 못 한다. 오히려 상대의 기세를 올려줘 실점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펩의 맨시티는 1골의 우세를 잘 지켜내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다.

 

수비수를 빼고 미드필더를 투입하는 전술, 1점 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투입하는 모습, 경기 막판의 시간 끌기. 모두 지금까지 펩의 스타일에서 볼 수 없는 집요함이었다. 임기응변이 아니라, 전혀 고민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맞춰 바로 시행하는 모습이 미리 준비한 전술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상대 감독이었던 무리뉴가 즐겨 사용하는 승리를 향한 강한 집착이었다. 무리뉴는 평소 자기 방식대로 당한 꼴이었다. 팽팽한 경기였는데도 경기 후 무리뉴가 크게 감정적으로 동요한 이유였다.

 

강자의 여유, 혹은 방심을 항상 가지고 있던 펩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언제든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항상 정면 승부에 임하던 펩이 좀 더 현실적이고 진지하게 승리를 노렸다. 감독 인생 최초로 무관을 한 2016/17 시즌의 반성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전술로 무장한 펩이 이렇게 냉철한 승부욕까지 보인다. 다른 팀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다.

 

맨시티는 이후 스완지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0:4로 완승했다. 토트넘, 본머스와의 홈 경기만 승리로 끝내면 전반기를 18연승, 무패로 마무리할 수 있다. 무패 우승과 최다 승점 기록 모두를 노린다.

 

2003/2004 시즌 아르센 벵거가 이끌던 아스널이 EPL을 무패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26승 12무로 사실 승점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맨시티는 현재 무승부조차 단 1회로 무리뉴의 첼시 FC가 가지고 있던 2004/05 시즌 승점 95점마저 넘길 기세다. 현재 펩이 이끄는 맨시티는 ‘역대 최고의 EPL 팀’을 노릴 수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