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 이후 필자는 잠시 슬퍼졌다. ‘한국이 이 정도로 무시 받아 마땅한 국가인가? 한국이 예전처럼 가난한 나라인가? 한국이 축구 인기가 적은 국가인가’와 같은 생각들이 들었다.
동시에 ‘우리는 그저 유럽 구단들에 돈이나 바치는 존재에 불과한 게 아닐까. 호날두가 이제까지 보여줬던 선행도 사실은 자신의 본성을 가리기 위한 가식이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국가와 사람을 봐가면서 하는 게 아닐까’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화가 치솟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린 시절 필자는 지네딘 지단과 같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 때 지단의 플레이를 접했을 때 필자는 ‘아, 축구라는 저 거친 스포츠가 이토록 아름다운 스포츠가 될 수 있구나’라고 감동했다. 그리고 지단처럼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비록 필자는 축구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지단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축구 기자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필자가 지단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필자에게 준 감동이 오늘날 필자가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지단이 필자에게 그런 존재였듯이 호날두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지단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호날두를 보고 힘을 얻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