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라리가에서 볼 수 없었던 득점왕 경쟁
2005/2006시즌이 끝난 이후 판 니스텔로이는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입단했다. 사실 레알이 가장 관심이 있었던 선수는 판 니스텔로이가 아닌 앙리였다. 앙리는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 시절부터 로스 블랑코스의 관심을 받았던 공격수였다. 레알은 앙리의 영입을 위해 1월부터 아스널과 접촉했고 3,500만 유로의 이적료와 900만 유로의 연봉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페레즈가 성적 부진으로 인해 소시오 주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또한, 앙리의 영입을 추진했던 페르난도 마르틴 회장 역시 해임됐다. 결국, 앙리는 이적이 아닌 아스널 잔류를 선택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회장 선거에서 승리했던 라몬 칼데론 회장은 맨유에서 입지가 좁아진 판 니스텔로이를 영입했다.
아스널 잔류를 선택한 앙리는 2006/2007시즌 때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결장했다. 그리고 앙리 역시 서서히 기량이 내려오고 있었다. 앙리는 리그 17경기를 출전해 10득점을 넣는 데 그쳤다. 이제까지 앙리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고려하면, ‘앙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결국, 앙리 역시 판 니스텔로이를 따라 라리가 진출을 선택했다. 그러나 레알이 아닌, 그들의 라이벌인 바르사로 이적했다. 당시 앙리의 바르사 이적으로 인해 많은 축구 팬이 라리가에서도 두 선수의 득점왕 경쟁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선수는 노쇠하고 있었다. 판 니스텔로이는 레알 이적 첫해 리그 37경기 동안 25득점을 넣으며 라리가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2008/2009시즌을 기점으로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이때를 끝으로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앙리가 바르사 선수로 첫 시즌을 보냈던 2007/2008시즌에는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좋지 못해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앙리는 리그 30경기 동안 12득점 10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8/2009시즌 때 리그 29경기 동안 19득점 7도움을 성공하며 바르사의 트레블에 공헌했다.
선수 경력 내내 월드컵과 챔스 결승전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판 니스텔로이와 달리 앙리는 자신의 라이벌이 차지하지 못했던 월드컵과 챔스에서 모두 우승했다.
이후 라리가는 호날두와 메시라는, 이 시대의 선수들이 자웅을 가리는 무대가 됐다. 그리고 판 니스텔로이와 앙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두 선수의 치열했던 득점왕 경쟁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만큼 둘 다 역대 최고의 공격수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