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제 무덤을 판 스팔레티
감독을 교체하려면 ‘명분’이 있어야만 한다. 현재 LA 레이커스의 매직 존슨 사장이 루크 월튼 감독을 해고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월튼을 경질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없는 까닭이다. 명분이 없는 감독 교체는 언론과 팬들의 엄청난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인테르 역시 마찬가지. 그들에게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을 경질할 만한 확실한 명분이 없다. 아니,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제 네라주리와 쑤닝 그룹에게는 스팔레티를 경질할 만한 명분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그 명분을 제공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스팔레티 본인이다.
스팔레티는 지난 시즌 인테르를 이끌고 리그 4위를 차지했다. 인테르는 2011/2012시즌 이후 무려 6년 만에 UEFA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스팔레티가 이룬 업적 자체는 존중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프로 세계에서는 과거의 업적이 지금의 성적과 연결될 수는 없다. 최근 스팔레티가 이끄는 인테르의 성적은 좋지 않다. 지난 7경기 동안 2승 2무 3패라는 성적을 냈다. 특히, 지난 12일 (한국 시간) PSV 아인트호벤과의 맞대결에서 1:1로 비기며 다잡은 챔스 16강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7경기에서의 부진은 스팔레티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점을 낳았다. 네라주리는 중원에서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그리고 좌우 측면에서 무의미한 크로스 전술만을 고집하며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반복했다. 지난 PSV전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였음에도 이번 시즌 팀에서 가장 부진한 안토니오 칸드레바를 선발 기용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인테르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 때 스팔레티를 위해 라자 나잉골란과 마테오 폴리타노, 시메 브르살리코, 케이타 발데,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등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들 중 네라주리에서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라고는 폴리타노와 케이타뿐이다. 나잉골란과 브르살리코는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가 제법 많으며, 마르티네스는 생각만큼 팀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스팔레티가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잘 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쑤닝 그룹은 생각만큼 인내심이 깊지 않다. 이는 중국의 정치권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체제지만,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어느 정책을 시행하느냐에 따라서 경제 및 정치적 상황이 달라지는 경향이 매우 심하다. 특히, 쑤닝 그룹과 같은 민영 기업들에게는 중국 정부의 지도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오랜 인내심을 가지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기에 쑤닝 그룹은 당장 인테르가 성적을 내기를 원한다. 세리에A에서는 ‘안티 유벤투스’ 노선을 확고히 해서 유벤투스와 다툴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라자 나잉골란처럼 유벤투스에 대항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을 영입하여 팀 전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고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챔스에서 꾸준하게 16강 이상에 진출하는 팀이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스팔레티는 제 발로 챔스 16강 진출권을 걷어찼고 세리에A 우승에서 멀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쑤닝 그룹이 스팔레티를 경질할 명분이 충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마로타의 CEO 부임은 스팔레티에게 ‘이번에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당신을 경질하고 콘테와 접촉할 테니 그렇게 아시오’와 같은 간접적인 경고나 다름없다.
확실한 것은 콘테에게는 주어진 선택지가 많아지고 있다. 첼시에서 경질됐지만, 인테르를 포함해 밀란과 AS 로마 같은 세리에A 구단이 그를 원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지금은 콘테가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최고의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주변 환경이 그를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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