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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가 외질의 은퇴 결정을 존중하겠다 밝힌 이유는?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메수트 외질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외질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일카이 귄도간과 함께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났다. 이에 대해 당시 독일 축구 팬들은 민족 정체성이 의심된다며 외질을 비판했다.

 

설상가상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하자 외질과 귄도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다못한 외질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외질은 독일 축구 협회의 인종주의를 문제 삼았다.

 

외질의 은퇴 발표에 울리 회네스 FC 바이에른 뮌헨 회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 “첩자가 국가 대표를 끝내서 기쁘다”며 “그는 몇 년 동안 쓰레기 같은 플레이를 해왔다”고 외질의 대표팀 은퇴를 반겼다.

 

그러나 메르켈은 외질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메르켈 총리의 울리케 데머 대변인은 23일 “메르켈 총리는 외질을 높게 평가한다. 독일 대표팀에 많은 공헌을 했다”면서 “외질은 존중받아야 할 결정을 내렸다”라는 총리의 견해를 밝혔다.

 

메르켈이 외질의 결정을 존중한 이유는 선수가 그동안 대표팀에 대해 공헌한 점도 있겠지만, 독일 내 인종주의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을 염려했다고 본다. 독일은 터키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터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잠재됐던 독일 내 터키 이민자들의 불만이 하나둘씩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메르켈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르켈은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는 등 다문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10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을 통제할 능력을 잃게 되자 지지율이 하락했다.

 

설상가상 지난해 5월에 치러진 ‘제19대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기독교민주연합은 33%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13년 선거에서 41.5%의 득표율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13%의 득표를 확보했다. 이는 나치 이후 극우 급진 우파 정당이 첫 원내 진입에 성공하는 사례였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메르켈과 ‘기민당’과 메르켈의 정책을 비판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더 큰 사건으로 번지기 전에 메르켈이 조기에 수습하려는 움직임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