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라리가

언제가 됐든 호날두와 레알은 결국 결별했을 것이다

레알은 고액 주급자가 많다

 

이번 호날두의 연봉 문제를 보고 많은 이가 “그동안 호날두가 레알을 위해 해왔던 것이 얼마나 되는데 왜 연봉을 올려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페레즈 회장을 비판했다.

 

분명히 호날두는 레알을 위해 헌신했고 로스 블랑코스의 주급 정책에 변화를 줘야만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주급 체계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구단의 수익 증가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 문제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레알에 호날두를 비롯한 고액 주급자들이 너무나 많다.

 

팀 내에서 20만 파운드(한화 약 3억 원)가 넘는 주급을 받는 선수만 5명이다. (호날두, 가레스 베일, 세르히오 라모스, 마르셀로, 토니 크로스) 특히, 호날두와 베일은 각각 36만 5000파운드(한화 약 5억 4,000만 원)와 35만 파운드(한화 약 5억 2,000만 원)의 주급을 받았다.

 

루카 모드리치와 카림 벤제마에게 지급되는 주급 역시 만만치 않다. 모드리치는 18만 파운드(한화 약 2억 7,000만 원)를, 벤제마는 15만 파운드(한화 약 2억 2,000만 원)를 받는다. 즉, 레알은 서른이 넘은 베테랑 선수들에게만 총 164만 5,000파운드(한화 약 24억 6,000만 원)의 주급을 지급하는 셈이다. 레알 선수단에 매주 지급되는 주급이 255만 파운드(한화 약 38억 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베테랑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막대한 주급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호날두를 비롯해 이들 베테랑 선수들은 레알에 챔스 3연패라는 위대한 업적을 안겨줬다. 즉, 언제든지 주급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 호날두가 챔스 3연패에 공헌한 것도 사실이지만, 저들 역시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재계약 요구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특히, 라모스와 모드리치의 계약 기간은 2020년을 끝으로 종료된다. 그렇기에 호날두가 재계약을 맺었다면, 이들도 구단에 고액의 연봉이 포함된 재계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았다. 거액의 돈을 만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본 일부 사람은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 다른 선수들의 주급을 인상해주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반문해볼 수 있다. “레알이 벤제마와 베일을 매각하면 그 공백은 어떻게 메우는가”라고 말이다.

 

공교롭게도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을 매각한다면 이들을 대신할 선수를 구하기가 어렵다. 베일인 경우 내부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벤제마는 오늘날 공격수 매물이 적기에 그를 대신할 선수를 영입하려면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연봉을 지급해야만 한다.

 

또한, 새로운 선수가 고액 주급을 받는다면 또 다른 선수들이 주급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새로 이적한 선수는 챔스 3연패에 공헌한 것이 없지만, 지금 선수단은 주전이든 비주전이든지 간에 챔스 3연패에 공을 세운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즉, 호날두의 연봉 인상을 위해 기존 선수들을 정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결정적으로 레알이 호날두가 요구하는 고액 연봉을 안겨준다면, 선수가 노쇠한 이후 구단이 선수단에 변화를 주고 싶어도 변화를 주기 어렵다. 특히, 오늘날 이적 시장은 파리 생제르망을 비롯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구단이 등장해서 선수들에게 엄청난 주급을 약속하는데, 레알이 과거처럼 이적 시장에서 계속 승리하려면 충분한 주급 여유분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날 레알의 수익은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그 증가 폭이 예전만큼 높지 않다. 2015/2016시즌에 약 6억 2,000만 유로(한화 약 8,2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로스 블랑코스는 2016/2017시즌에 약 6억 7,400만 유로(한화 약 8,914억 원)를 벌며 8.8%의 수익 증가를 올렸다. 2017/2018시즌에는 약 6억 9,000만 유로(한화 약 9,126억 원)의 수익을 예상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저 수익은 중계료나 스폰서 비용처럼 고정적인 수익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챔스 2연패 덕분에 벌어들인 돈이다. 그만큼 불안정한 수익이기에 언제든지 하락할 수 있다. 가령 챔스 우승에 실패하거나 4강 진출에 탈락한다면, 구단의 수익은 예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레알은 현재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리모델링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이스코와 다니엘 카르바할, 마르코 아센시오 같은 선수들과 재계약을 맺었다. 2016/2017시즌과 비교하면 선수단 연봉이 전체적으로 상향된 셈. 즉, 구단이 벌어들인 순수익 자체는 낮아질 수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의 레알은 고액 연봉자 중 한 명이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 선수가 호날두가 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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