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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영웅에서 배신자가 되다” 에른스트 빌리모프스키편

독일인으로 태어난, 폴란드의 월드컵 영웅

 

빌리모프스키의 본명은 ‘에른스트 오토 프란델라’다. 1916년 당시 독일 영토였던 카토비츠에서 태어났다. 양친 모두 독일인이었다.

 

그러나 당시 전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었다. 아버지는 서부전선에서 전사했다. 설상가상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자 카토비츠는 폴란드의 영토로 편입됐다. 이에 프란델라 가정은 폴란드로 귀화했다.

 

그렇지만, 모친은 자식을 독일인 학교로 보냈다. 선수 역시 집에서는 독일어로 말했다. 단, 밖에서는 폴란드어를 사용했다. 여기에 어머니가 폴란드인과 재혼하면서, 새 아버지의 성인 빌리모프스키를 쓰기 시작했다. 즉, 본인의 정체성이 불명확했던 인물이다.

 

1934년 루크 코르조프 86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한 빌리모프스키는 같은 해 폴란드 대표팀에 승선했다. 4년 후 193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폴란드는 전반전에만 3골을 허용하며 1:3으로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후반전 때 빌리모프스키가 맹활약했다. 후반 8분 추격 골을 기록한 그는 6분 후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브라질이 역전 골을 넣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비록 폴란드는 연장전에 2골을 내주며 5:6으로 졌지만, 빌리모프스키는 이 경기에서 혼자서 4골을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러시아 대표팀의 올레그 살렌코가 카메룬을 상대로 5골을 넣기 이전까지 월드컵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하다.

 

1939년 8월 27일. 빌리모프스키는 1938년 월드컵 준우승 국가인 헝가리와의 친선전에서도 맹활약했다. 폴란드는 0:2로 지고 있었지만, 빌리모프스키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4:2로 역전승했다. 이는 그가 폴란드 대표팀으로 치렀던 마지막 경기였다.

 

그리고 사흘 뒤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 중 하나인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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