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오창훈 기자] 정말 오래 기다린 끝에 결실을 보게 되었다.
한국 시각으로 6일 새벽,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펼쳐진 2017/18 세리에 A 시즌 36라운드 경기에서 홈팀 AC 밀란이 원정팀 헬라스 베로나 FC를 4:1로 격파했다. 이로써 베로나는 베네벤토 칼초에 이어 두 번째로 세리에 B 강등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18위 AC 키에보 베로나가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20점이나 벌어진 골득실을 줄이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로나에 마냥 좌절감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침묵했던 ‘코리안리거’ 이승우가 드디어 데뷔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후반 39분경 팀의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세컨볼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상대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손끝을 피해 골문을 갈랐다.
이 득점은 이승우의 프로 무대 첫 득점이기도 했다. 이승우는 FC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국내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바르사에서 프로 데뷔를 이뤄내지 못하고 세리에 A의 베로나로 이적했다. 기회는 제한적이었지만,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지난해 9월 24일, 이승우는 SS 라치오와의 홈 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2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교체 투입되어 소화한 이승우가 무언가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가혹하지만, 프로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이승우는 결국 시즌 중 2달 넘게 교체 출전도 하지 못하는 등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4월 들어 시즌 초보다 훨씬 나은 플레이를 보여주더니, 5경기 연속 출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팀의 믿음에 보답하듯, 이승우는 오늘 득점으로 데뷔전 이후 224일 만에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득점은 국내 선수들에게 ‘불모지’에 가깝던 세리에 A 무대에서 오랜만에 터진 골이다. 이승우 이전에 세리에 A 무대에서 활약한 국내 선수는 안정환밖에 없다. 안정환은 AC 페루자 칼초 소속으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두 시즌 동안 5골을 득점했다. 안정환의 마지막 득점은 공교롭게도 2002년 1월 27일, 베로나를 상대로 터졌다. 그 후로 무려 16년하고도 3개월이 더 지난 후, 5943일 만에 이승우가 국내 선수 세리에 A 득점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비록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지만, 이승우는 긴 침묵을 깨고 데뷔골을 득점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생각했을 때 매우 중요한, 희망적인 골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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