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시즌 중 감독 경질’의 유효성 담론

[풋볼 트라이브=최유진 기자] 시즌 중 감독 경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성급한 행동이라 말한다. 단순히 낮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감독에게 전가하는 행동이라 본다. 평범한 사람에게 감독 경질은 구단주나 혹은 회장 같은 소위 높은 사람에 의한 해고라는 점에서 감정 이입하기 쉬운 대상이기도 하다. 시즌 중 감독 경질이 많은 팀의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 등으로 비유한다. 

 

시즌 중 감독 경질은 주로 팀이 강등권까지 떨어진 경우,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 팀이 진출 순위보다 밑으로 크게 밀린 경우, 혹은 선수단과 감독과의 불화가 생겼을 경우에 발생한다. 어느 리그건 한 시즌 거의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가까이 팀의 감독이 바뀌곤 한다.

 

시즌 중 감독 경질은 소위 명장에게도 흔한 일이다.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 역시 첼시 FC에서 두 번이나 시즌 중 경질되었다.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도 마찬가지. 챔스를 3번이나 우승시킨 명장이었지만 독일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안첼로티를 포함해 이번 시즌도 많은 팀의 감독이 바뀌었다. 시작은 EPL의 크리스탈 팰리스의 프랑크 데 부어 감독이었다. 데 부어는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무득점 4연패를 기록, 경질되었다. 역대 최소 경기 경질이었다. 이후 크리스탈 팰리스는 로이 호지슨 감독을 선임하여 강등권을 아슬아슬하게 탈출, 17위를 기록 중이다.

 

이외에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피터 보츠, 에버턴 FC의 로날드 쿠만 감독,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슬라벤 빌리치 감독, AC밀란의 빈센초 몬텔라 감독, 스토크 시티의 마크 휴즈 감독 등이 이번 시즌 중 경질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출신인 축구 해설가 게리 네빌도 시즌 중 감독 경질에 대해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네빌 본인도 발렌시아 CF의 감독을 수행하던 중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바가 있다. 평소에 냉철한 해설로 이름 높은 네빌은 발렌시아에서 실패하면서 ‘말과 실제는 다르다’며 조롱받기도 했다. 그런 이유인지 네빌은 구단이 감독을 선임할 때 더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하고,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감독 해임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감독 경질을 금지하는 제도의 실현 여부는 어렵다. 감독이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하는 걸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반대로 감독의 태업이나 불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개 선수처럼 감독을 벤치에 앉혀놓고 다른 감독을 기용할 수도 없다.

 

일부는 알렉스 퍼거슨의 예를 들어 감독이 장기 집권하길 바란다. 시즌 중 경질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다. 물론 무분별하게 팀의 부진을 감독에게만 전가한다면 당연히 효과적이기 어렵다. 시즌 중 경질 이후 대체 감독을 제대로 찾지 않는다면 동일한 결과가 반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 중 경질 자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상과는 달리 굉장히 효과적인 결정이다. 시즌 중 경질로 인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강등권까지 떨어진 팀이 중상위권까지 올라가거나, 부진한 경기력을 극복하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뤄내는 경우도 있다. 이건 현재 감독의 전술적 능력과 무관하게 경질을 통한 반전을 통해서 이뤄지는 결과다.

 

위에서 말한 안첼로티 감독의 예가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바이에른에서 리그 2위로 떨어지고 챔스에서 부진했다. 바이에른 내부에서는 안첼로티 감독의 태업설마저 돌았다. 바이에른은 원래 감독을 시즌 중 경질하는 일이 드문 팀이었지만 선수단과의 불화까지 언급되는 상황이 되자 바로 안첼로티 감독을 경질했다. 긴급한 소방수로 부임한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다시 바이에른을 1위로 끌어올렸다. 선수단의 한계라는 평조차 무색하게 킹슬리 코망,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의 선수도 일신했다.

 

일부 성공적인 예를 든 정당화가 아니다. 실제 많은 기업이 사원에게 일정 기간마다 부서 이동을 시키고, 다른 지사로 이동시키는 이유는 반복되는 과정에서 타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다. 팀의 구성원과 문제가 생긴다면 그걸 해소할 수도 있다. 축구 감독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이 비판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챔스 2연패를 이룩한 감독이 변화 없이 보수적으로 팀을 운용한 결과 성적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잠시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이는 전술과 선수단 운영이 모두 합쳐진 결과다.

 

꼭 시즌 중 경질이 아니더라도 축구 감독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며 팀을 계속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 퍼거슨 같은 감독이 오히려 드문 예다. 적절하게 휴식기를 갖고 새로운 전술을 연구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팀으로 가는 게 감독 입장에서도 훨씬 나은 일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