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무리뉴, EPL의 중심에서 로맨스를 외치다

[풋볼 트라이브=최유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조세 무리뉴가 계속 화를 내고 있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맨유가 호셉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만큼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확실히 펩의 맨시티는 그동안 놀라운 금액을 지출했다. 우선 AS 모나코의 왼쪽 풀백 벤자민 멘디를 무려 747억 원에 영입했다. 토트넘 홋스퍼 FC의 풀백 카일 워커 역시 719억 원에 맨시티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존 스톤스를 683억 원에 영입하면서 세운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2017년 12월 버질 반 다이크가 1,078억 원의 이적료로 리버풀 FC로 이적하면서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는, 역대 수비수 이적료의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맨시티의 기록이었다.

 

사실 맨시티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선수단이 맨유보다 더 강하기도 했다. 맨시티에는 라힘 스털링, 케빈 더 브라위너 같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있었다. 반면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판 할 등 전 맨유 감독이 영입한 선수 중에는 앙토니 마샬과 후안 마타, 마루앙 펠라이니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 선수들은 딱히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하지만 무리뉴의 불평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얼핏 보면 맨시티가 더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맨시티는 13명을 영입했고 더 많은 선수를 방출하며 매각 금액을 확보했다. 수익과 지출의 총합을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입한 선수의 평균 비용은 맨유가 훨씬 높다.

 

오히려 에릭 베일리의 장기 부상, 폴 포그바의 돌출 행동으로 인한 결장 및 기복, 빅토르 린델로프와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적응 실패 등 무리뉴가 영입한 선수들 대부분이 맨유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네마냐 마티치, 로멜루 루카쿠 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마티치는 나이가 많고 루카쿠는 아직 미숙하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돈을 적게 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작금의 이적 시장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맨시티만큼 맨유가 돈을 더 지출한다고 해서 승점 차가 좁혀질 것 같지도 않다.

 

 

사실 무리뉴는 이렇게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무리뉴가 퍼거슨 경의 은퇴 후 처음으로 최고 승점을 기록하고 있다. 더군다나 맨유는 무리뉴 본인의 말처럼 새로운 왕조를 만들기 위해 리빌딩 중이다. 이런 식으로 날 세운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다. 꾸준히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시키고 선수들을 육성하며 성적을 거두면 된다. 펩에게 최초로 리그 우승컵을 뺏은 2012년처럼 말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다. 지금 무리뉴는 ‘내로남불’의 덫에 빠져 있다.

 

애당초 펩의 등장 이전, 첼시 FC에서 뛰어난 선수를 우르르 영입하며 좋은 성적을 낸 감독이 무리뉴다. 분명 그 당시 무리뉴는 많은 돈을 쓰며, 그에 걸맞은 대단한 성적을 냈다. 그랬던 무리뉴 감독이 ‘투자가 부족하다’, ‘1위 팀은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 등의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너무 철면피 같은 행보다.

 

심지어 무리뉴는 ‘돈으로 챔피언이 될 수는 없고 승리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내가 맨유 예산의 10%만을 사용하는 포르투를 이끌고 맨유를 박살 낸 사실이 그 증거다.’라는 말을 했다. 안타깝게도, 무리뉴는 젊은 날의 소신을 나이가 들며 잊어버린 모양이다. 과거의 ‘스페셜 원’ 무리뉴는 지금의 무리뉴에게 무슨 말을 할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