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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코는 레알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득점뿐만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 그동안 핵심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마저 리그에서 부진하고 있다. 오직 이스코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레알이 세비야에 5:0으로 승리한 이후 이스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해당 경기에서 이스코가 선발에서 제외되자 호날두가 2득점을 기록했기 때문. 이에 많은 이들이 호날두와 레알의 부진을 이스코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어떤 이들은 호날두를 위해서 이스코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스코는 레알에 필요한 선수다. 아니, 레알의 미래는 이제 이스코에게 달려있다.

 

이스코의 출전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경기력

 

이번 시즌 레알의 경기력은 이스코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결정됐다. 시즌 초반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는 전방 압박과 볼 배급에 문제를 보였다. 여기에 활동량과 그 폭이 줄어들며 예전만큼 경기를 장악하지 못했다. 특히, 중원과 최전방의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아 단조로운 경기를 펼쳤을 때가 많았다.

 

이스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느리지만, 뛰어난 활동량과 기술력을 갖췄다. 패스는 날카로움이 부족하지만, 전진성이 좋아 최후방과 최전방을 오가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가 부진할 때 공격수처럼 움직이며 득점을 노렸다.

 

레알의 BBC 라인은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 오프 더 볼 상황에 능한 호날두가 있지만, 주력이 하락하자 본인이 선호하는 위치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정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타이밍에 슈팅을 가져가지 못했다.

 

벤제마도 마찬가지.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유기적으로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노쇠화에 접어든 만큼 전성기 시절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가레스 베일은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 즉, 상대 수비수들을 끊임없이 괴롭힐 수 있는 선수는 이스코가 유일하다.

 

그동안 호날두가 리그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이스코의 존재보다 본인의 돌파력이 떨어진 게 컸다. 특히, 상대가 호날두가 선호하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던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세비야는 지난 경기에서 조기 실점 이후 동점을 만들기 위해 수비라인을 올렸다. 그만큼 호날두에게 많은 공간을 허용했다. 암으로 결장한 에두아르도 베리소 감독의 부재도 컸다. 단순히 한 경기에서 대승했다는 이유로 이제까지 부진했던 호날두의 책임을 이스코에게 몰고 가는 것은 가혹하다.

 

공간 창출

 

이스코의 기술력은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많다. 화려하지만 주력이 뛰어나지 않아 리오넬 메시나 네이마르처럼 상대를 빠르게 제치지 못하고 템포를 잡아먹기 때문.

 

하지만 필자는 이스코의 기술력을 다른 관점에서 봐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기술은 템포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바로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스코는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 좁은 공간을 넓히는 장점이 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스코를 중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스코의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된 공간은 노쇠화로 예전만큼 스스로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호날두와 벤제마에게 안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이스코처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스코 이외에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레알의 주 전술은 역습이 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레알은 과거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 때처럼 빠른 속도를 활용한 역습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선수단으로 역습 전술을 주 전술로 삼기는 어렵다.

 

측면에서의 파괴력을 상실한 게 크다.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 때는 호날두와 앙헬 디 마리아처럼 빠른 선수들이 많았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시절 때는 가레스 베일이 지금처럼 많은 경기를 결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주축 선수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예전만큼 빠르지 않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적다.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측면보다 중원에 밀집해 있다. 유소년 팀에서 촉망받는 선수들도 대부분 중원과 중앙 수비수들이다. 장단기적으로 역습 전술에 적합한 선수들이 적은 상황.

 

이런 이유로 지단은 역습 전술보다 지속적인 공격을 가져가는 전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단은 지속적인 볼 소유와 유기적인 패스, 그리고 기술력을 갖춘 축구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선수 시절 자신이 중심이 됐던 프랑스 국가 대표 팀의 ‘아트 사커’ 같은 축구를 지향하기 때문.

 

따라서 레알의 주 전술이 지금처럼 지속적인 공격에서 역습 전술로 바뀌려면 이스코 한 명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선수단 자체를 개편해야만 한다. 그리고 지단의 경질도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레알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이스코의 역할이 너무 많다

 

현재 이스코는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빌드업과 수비가담, 공간 창출, 그리고 종종 나오는 공격수 역할 등 너무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이스코가 이렇게 많은 역할을 짊어졌던 이유는 동료들의 부상과 부진 때문이다. 마르코 아센시오와 루카스 바스케즈는 한동안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다니엘 카르바할은 심장 문제로 장기간 이탈했다. 마르셀로는 이번 시즌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 공격수인 벤제마와 호날두는 결정력 문제로 비판받았다. 베일은 잦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만큼 레알은 전력 손실이 심했다.

 

이번 시즌 레알의 4-3-1-2 포메이션 시스템이 지난 시즌 후반기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4-3-1-2 포메이션 시스템은 공격 상황 시 마르셀로와 카르바할 같은 좌우 풀백들의 영향력이 중요한데, 이들의 부진과 결장이 컸다. 테오 에르난데스와 아쉬샤프 하키미가 있지만, 이들이 미쳤던 영향력은 미미했다. 특히, 두 선수 모두 카르바할만큼 뛰어난 크로스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단이 이스코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 이스코 역시 팀의 승리를 위해 많은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스코를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그동안 레알과 호날두가 부진하면 많은 이들이 이스코의 문제라 지적했다. 그러나 이제는 호날두의 경기력과 체력, 그리고 레알의 전력과 지단의 전술을 지적할 때다. 그만큼 현재 이스코는 레알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호날두는 레알에 많은 것을 안겨줬지만, 조만간 만 33살이 된다. 모드리치도 마찬가지. 이번 시즌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그들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을 선수는 이스코가 될 것이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이스코가 말라가에서 레알로 이적했을 당시 “안달루시아의 보물이 마드리드에 왔다”고 보도했다. 그렇다. 그동안 이스코는 레알의 보물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 이스코는 레알의 보물이 아닌, 왕관이 돼야만 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