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오창훈 기자] 한국 시각으로 26일 자정에 펼쳐진 2017/18 프리미어리그 시즌 13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FC의 경기에서 양 팀 모두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홈팀 토트넘은 동점골로 승점 1점을 챙기며 간신히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토트넘이 매우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전반 3분경, 중원에서 델레 알리가 볼 트래핑 실수를 범했고, WBA의 ‘주포’ 살로몬 론돈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빈손 산체스를 끼고 드리블하다 반 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했다. 토트넘의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WBA의 선제골이었다.
이후 WBA는 끈끈한 수비로 ‘승점 3점 지키기’에 나섰다. 토트넘은 점유율 73%, 슈팅 18회를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WBA는 계속해서 동점골을 노리는 토트넘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WBA의 중앙 수비수였던 조니 에반스와 아흐메드 헤가지는 이날 19개의 걷어내기를 기록했는데, 이는 토트넘 전체 선수들의 기록보다 2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토트넘의 해결사 해리 케인이 나타났다. 후반 29분경 오른쪽 측면에서 알리가 주춤거리며 타이밍을 살핀 후 문전을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케인이 방향만 바꿔 슈팅으로 연결했다. 상대 골키퍼 벤 포스터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는 절묘한 슈팅이었다. 리그 9번째 득점과 함께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귀중한 동점골이었다.
동점골 득점 이후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계속해서 추가골을 노렸다. 하지만 역전은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듯 WBA는 마지막까지 끈끈한 수비를 펼쳤다. 특히 공격진들이 공격 시간을 벌면서 토트넘에 시간을 내주지 않은 것이 컸다. 론돈은 수비들과 경합하며 볼을 지켜냈고, 맷 필립스는 빠른 스피드로 오른쪽 측면을 공략했다. 오히려 WBA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기도 하며 토트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홈팀 토트넘은 두 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원정팀 WBA는 토니 풀리스 감독까지 경질되는 위기 속에서 자신들만의 축구를 보이며 선전했다. WBA는 이전 경기까지 공식전 11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상위권 경쟁으로 바빴던 토트넘으로서는 최근 부진했던 WBA를 잡고 승점 3점을 확보했어야 했다. WBA에 발목을 제대로 잡히고 말았다.
WBA의 오늘 주요 선수는 론돈이었다. WBA의 롱 볼과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경기 스타일에 부합하는 공격수로, 지난 시즌 팀에 합류해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다만 이번 시즌 득점 가뭄이 길어져 팀의 부진을 막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달랐다. 6경기 만에 득점포를 올린 것은 물론, 8차례 공중 볼 경합에 성공하며 토트넘 수비를 괴롭혔다.
한편, 손흥민 역시 풀타임을 소화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좌우 측면 가리지 않고 돌파도 자신 있게 시도하며 WBA 수비진을 힘들게 했다. 손흥민은 드리블 성공 7회, 키패스 1회를 기록했는데, 드리블 성공 횟수는 양 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전 결승골에 이어 두 경기 연속으로 보여주는 좋은 모습이었다.
토트넘은 리그 4위 자리를 지켜냈지만, 리버풀 FC, 아스널 FC, 번리 FC에 한 경기차 이내로 쫓기는 상황이 됐다. 26일 밤 11시 번리와 아스널의 경기 결과에 따라 리그 순위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토트넘은 29일 새벽 4시 45분, 레스터 시티 원정을 떠나 리그 일정을 이어간다.
WBA는 강등권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매 시즌 중위권을 지키며 선 굵은 축구를 구사했던 WBA지만, 이번 시즌은 일찍부터 위기를 맞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비록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WBA는 리그 1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9일 새벽 5시 뉴캐슬을 홈으로 불러들여 14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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