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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같은 축구계 중국 자본, 얻는다고 끝이 아니다

최근 축구계는 중국 자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슈퍼 리그의 발전을 위해 선수 영입에 막대한 이적료와 연봉을 지급하며 이적 시장의 혼란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 쑤닝 그룹 같은 기업은 인터 밀란 같은 명문 구단까지 인수했다.

 

중국 자본이 축구 시장의 발전을 촉구한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돈이 있어도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거품 현상이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리고 지난 8월에 중국 자본은 축구 시장에서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했다.

 

국제 정세에 민감한 중국 자본

 

중국 자본은 국제 정세에 민감하다. 중국이 한반도와 일본, 대만, 미국, 그리고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자주 충돌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 시진핑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과 대립하고 있고, 대만과는 하나의 중국 정책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남중국해 진출 문제로 필리핀과도 마찰이 있었다.

 

이러한 중국이 국제 사회의 힘겨루기에서, 그리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승리하려면 자신들의 힘을 국제 사회에 과시하는 것뿐이다. 그 수단은 해외로 유출되는 중국 자본을 대대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은 ‘제19회 당 대회’를 앞두고 자본을 통제했고, 이것은 중국 자본이 인수한 인테르 같은 클럽들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공산당

 

아무리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 자본가라고 해도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과 공산당의 뜻에 조금이라도 반(反)하는 행동을 한다면 언제든지 숙청할 수 있다. 이들 자본가가 살기 위해서는 그저 공산당의 뜻을 따라야 한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쑤닝 그룹은 브랜드를 외국에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목적으로 인터 밀란을 인수했다. 하지만 또다른 이유는, 해외 시장에 중국 자본의 힘을 과시함과 동시에 축구를 좋아하는 시진핑의 환심을 사고자 하기 위함이다.

 

시진핑의 축구 사랑은 매우 유명하다. 그는 1978년 인테르가 유럽 구단 최초로 중국에 방문했을 때 유럽 축구를 처음 접한 중국 학생이었다. 이후 축구에 빠진 시진핑은 최고 권력자에 오른 이후 축구 산업을 장려했고, 중국의 축구 산업은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시진핑이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결국에는 국가를 운영하는 최고 권력자다. 그의 선택에 따라 중국은 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유럽 축구 구단을 인수한 자본가들과 그들의 투자금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쑤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쑤닝은 지난여름 이적 시장 때 인테르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 1억 유로에 가까운 이적료를 투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19회 당 대회’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중국 정부가 자본을 전격 통제하자, 인테르에 대한 투자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인테르는 개인 합의를 마친 파트리크 쉬크와 사크도란 무스타피 등을 영입하는 데 실패했다.

 

더군다나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다 보니 지도부의 변화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지만, 주석이라는 직책은 언젠가 물러나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전임자와 후임자의 정치적 가치관과 정책의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자본가들도 국가의 정책에 따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중국 자본가들이 축구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이유는 시진핑이 중국 월드컵 개최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축구 시장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FIFA를 비롯한 다수의 축구 기관에 월드컵 개최 성사를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의 후임자가 그와 달리 축구를 좋아하지 않고 다른 스포츠를 더 선호한다면, 중국 자본가들은 월드컵 개최를 위해 축구 시장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보다 다른 종목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국 자본은 공산당과 지도부의 변화로 좌지우지되는 불안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유럽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중국 자본가들은 유럽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들은 엄연히 중국인들이기 때문에 유럽보다 중국 본토에서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최측근들을 세운다.

 

하지만 대부분 대리인은 현지인과 거리가 먼, 중국 본토 사람이다. 문화가 다르다. 더군다나 권한도 적어 변화에 빠르게 대비하지 못한다. 가령 인터 밀란은 장진동 회장이 기업 경영 문제로 중국에 있는 시간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들인 스티븐 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는데, 스티븐은 아버지로부터 어떠한 결정권도 받지 못했다.

 

인테르처럼 중국 자본에 인수된 클럽들은 대부분 경영권과 결정권이 중국 본토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럽 현지의 보드진은 내부 회의 결과를 비롯해 다양한 업무를 승인받기 위해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제대로 체감할 수 없다. 특히, 클럽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롯해 선수단의 상태와 현지 서포터들의 반응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팀의 성적이 좋지 못하면 그들은 “이만큼 투자했는데 왜 이 성적밖에 내지 못했는가?” 같은 단적인 추측과 경질이라는 결정만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인내심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에는 중국 자본이 축구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자본은 조금이라도 관리를 소홀하면 금방 죽는 ‘난초’와 같다. 중국 자본은 그 어느 자본보다 힘이 있고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미 축구 시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중국 자본의 운명은, 시진핑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