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오창훈 기자] 29일 오후 3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전북 현대 모터스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이 3:0으로 완승하며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잔여 경기는 2경기지만, 1위 전북이 2위 제주와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리며 매직넘버를 완전히 소멸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에 앞서 해당 경기를 결승전처럼 임할 것이며,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를 준비했기 때문에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멋진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인터뷰했다. 반면 제주의 조성환 감독은 과거 홈에서 전북에 우승을 내줬던 기억을 언급하며, 오늘 경기도 그런 경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또한, 앞서 두 경기의 결과는 괜찮았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아쉬웠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도 무언가 얻어가겠다고 인터뷰했다.
홈팀 전북은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출발했다. 황병근 골키퍼를 필두로 쓰리백에 임종은 – 최보경 – 최철순, 김진수와 한교원을 양 윙백으로 배치했다. 신형민이 수비형 미드필더, 이재성과 이승기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됐다. 최전방에는 로페즈와 김신욱이 출격했다. 원정팀 제주도 3-5-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김호준 골키퍼를 필두로 쓰리백 라인에 오반석 – 조용형 – 김원일, 좌우 윙백에 정운과 박진포, 중원에 권순형 – 이창민 – 윤빛가람을 배치했다. 그리고 최전방엔 이은범과 진성욱의 투톱 라인으로 전북에 맞서게 되었다.
전반전 : 균형의 추가 팽팽했던 공방전, 제주의 절실함과 전북의 안정감이 맞서다
전반 3분 제주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이창민이 왼발 크로스를 올렸으나, 진성욱의 발에 닿지 않으며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후 이은범의 잇따른 슈팅도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1분 뒤에는 전북이 반격에 나섰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신욱이 떨궈준 이후, 이재성이 재차 헤딩 패스로 로페즈에게 연결해줬다. 로페즈가 이를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높이 뜨고 말았다.
전반 14분, 제주의 이은범이 전북의 임종은과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팔을 사용하면서 위험한 장면을 연출, 오늘 경기 첫 번째 경고를 받았다. 전반 20분에는 로페즈가 개인 능력을 이용해 좌측을 돌파해갔다. 이후 골문으로 접어놓고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와는 거리가 멀었던 슈팅이었다.
1분 뒤에는 제주가 코너킥 기회를 통해 반격에 나섰고, 오반석이 다이빙하면서 머리를 갖다 댔지만 힘이 부족했다. 황병근 골키퍼가 안전하게 잡아낼 수 있는 헤딩 슛이었다. 전반 27분에는 제주가 경고 카드를 한 장 더 받게 되었다. 미숙한 프리킥 처리 과정에서 내준 역습 상황, 박진포가 파울로 경기를 끊었고, 주심은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의외의 전술 변화가 전반 30분 만에 벌어졌다. 제주는 전반 초반의 부상 여파 때문이었는지,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던 이은범을 빼고 마그노를 투입했다. 이번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하며 조성환 감독의 중용을 받던 이은범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전반의 양 팀의 공격 모습을 살펴보면, 전북은 지공 위주로 슈팅, 크로스 등 다양한 방식의 공격을 활용했다. 반면 제주는 역습 상황에서 특유의 패싱게임을 바탕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갔다. 양 팀 모두 결정적인 기회를 잡지는 못했지만, 1위 팀과 2위 팀의 경기답게 각자의 플레이를 잘 펼치며 공방을 주고받은 전반전이었다.
후반전 : 선제골 실점 후 와르르 무너진 제주, V5 달성 축포를 터트리다
후반 시작 직후 2분도 채 되지 않아 전북이 먼저 앞서갔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공중에서 경합으로 혼전 상황에 이어졌는데, 이를 로페즈가 재치있게 다시 띄워준 후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어트린 것. 이재성이 세컨볼을 재치있게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득점했다.
득점 이후 전북의 기세가 매서워졌다. 계속해서 공격 기회를 잡으며 제주의 수비를 압박하던 전북은 후반 5분 또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다만 이 상황에서 이재성이 늦게 쇄도하면서 발이 위험하게 들어갔고,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다. 반면 제주는 공격이 풀리지 않는 답답한 모습이었다. 후반 8분 이창민이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위협적인 장면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두 골이 필요한 제주로서는 더 큰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제주는 수적 열세에 몰리게 되었다. 후반 14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진수를 1:1로 수비하던 박진포가 손을 썼는데, 이를 본 주심이 두 번째 경고 카드를 꺼냈다. 박진포는 퇴장당했고, 10명이 싸워야 하는 제주가 되었다. 결국, 후반 18분 오른쪽 풀백 배재우를 투입하며 포백으로 전환, 공격적인 대형으로 전술 변화를 주었다. 승리만이 역전 우승을 안겨 줄 수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북도 이에 맞서 후반 20분에 오른쪽 윙백 한교원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 로페즈, 김신욱과 함께 공격라인을 이끌게 변화를 주었다.
교체카드를 사용한 직후 곧바로 전북이 효과를 봤다. 후방에서 연결된 스루패스를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김신욱이 재치있게 피했고, 이를 옆에서 쇄도하던 이승기가 슈팅으로 연결했고,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재차 빈 골대를 향해 슈팅, 득점에 성공했다. 우승의 8부 능선을 넘는 추가 득점이었다.
이후로는 계속해서 전북의 분위기로 이어졌다. 득점이 필요한 제주는 수적 열세로 인해 별다른 반격을 펼치지 못했고, 로페즈, 이동국을 필두로 공격진이 계속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가며 축제 분위기를 점점 달궈갔다. 전반부터 계속해서 거친 플레이를 보여주던 제주는 경고 카드가 하나둘 늘어갔다. 후반 32분에는 마그노가 경고를 한 장 추가하며 총 7장의 경고를 받게 된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그리고 축제 분위기의 완성, 후반 33분 왼쪽에서 로페즈가 가볍게 띄워준 공을 이동국이 헤딩으로 연결하며 통산 200골을 완성했다. K리그의 역사를 써낸 이동국은 상의를 탈의하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전북에 우승컵을 안기는 동시에 자신의 기록도 남기는, 이번 경기 최고의 골을 득점했다. 이후 제주에도 기회가 찾아왔지만, 득점에는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진성욱이 1:1 상황에서 강하게 슈팅하는 바람에 골문을 넘어갔고, 우측면에서 마그노가 준 땅볼 크로스를 류승우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제주는 끝까지 전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버거운 모습을 보이다가 경기를 마쳤다. 3:0, 전주월드컵경기장의 1만 7천여 관중은 팀의 우승에 기뻐했다. 시즌 중반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며 1위 자리를 지켜낸 전북은 5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경기는 사실상 선제골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갈렸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제주가 실점하면서 공격을 강화했지만, 이를 역이용한 전북이 더욱 거세게 압박하면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결국, 전북이 후반전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면서 경기까지 잡아낸 셈이다.
[사진 출처=전북 현대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