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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이제는 뛸 수 있는 팀으로 갈 때

[풋볼 트라이브=서정호 기자]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에게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홍정호는 김영권과 함께 국내 센터백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U-20 대표팀을 거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2011 AFC 아시안컵 대표팀, 2014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등 각급 대표팀을 착실히 거쳐왔다. 이 과정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며 대표팀의 수비를 책임졌다.

 

그뿐만 아니다. 소속팀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홍정호는 그 시즌 제주 준우승의 숨은 공신이었다. 데뷔 해 K리그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제주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독일 분데스리가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하며 한국인 최초로 유럽에 진출한 센터백이 됐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적응기를 거친 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14/15 시즌에는 팀을 리그 5위로 이끌며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행을 견인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홍정호는 2016년 여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이적을 택했다. 아우크스부르크보다 4~5배 인상된 연봉, 확실한 주전 보장 등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장쑤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났다.

 

이 선택은 악수였다. 2016시즌은 최용수 감독의 신임 아래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했다. 하지만 2017시즌 슈퍼리그의 용병 제도가 변경되고 최용수 감독이 여름에 경질되자 용병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약 반년간 실전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반전을 위해 시즌이 종료된 후 다른 팀으로 이적을 시도하고 있지만 장쑤의 이적료 요구와 높은 연봉이 맞물리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K리그 전북 현대와 연결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전북의 백승권 단장은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조건이 맞아야 계약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홍정호가 연봉으로 15억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15억은 현재 K리그 최고 연봉자인 김신욱이 받는 금액과 맞먹는 액수다.

 

연봉을 낮추는 것이 필수다. 홍정호는 FA가 아니기 때문에 이적료가 발생한다. 또한, 장쑤와 계약이 2년 6개월가량 남아있기 때문에 장쑤 입장에서 홍정호를 저렴하게 넘길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다급한 쪽은 홍정호다. 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을 위해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갔다. 홍정호가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뛰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고, 자신의 경기력을 증명해 신태용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장현수는 중국에서 뛰지 못하게 되자 높은 연봉을 뿌리치고 J리그로 이적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장현수는 홍정호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대표팀 센터백은 장현수, 권경원, 김민재, 김영권 등의 후보군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후보군은 추려졌지만, 아직 합격점을 받았다고 보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홍정호가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이는 대표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김영권과 장현수를 제외하면 홍정호보다 A매치 출장기록이 많은 센터백은 없다. 게다가 홍정호는 김영권과 함께 현재 대표팀 센터백 중 유이하게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다.

 

대표팀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홍정호가 다음 시즌 변화에 성공해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