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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 수상자’ 모드리치도 세월을 피해갈 수 없다

현재 이런 약점들은 발베르데가 주전으로 도약하면서 많이 사라졌다. 이 말은 기존의 크카모 라인이 가동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는데, 발베르데가 출전할 경우 크로스나 혹은 모드리치가 결장하기 때문이다.

 

발베르데는 레알에 전술적으로 많은 것을 안겨줬다. 공격 상황에서 발베르데는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진입하여 순간적인 수적인 우위를 점하게 만든다. 이때 발베르데는 곧잘 상대의 빈 곳을 찾아 움직인 이후 다른 선수들이 공격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빌드업 능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다 보니 로스 블랑코스의 공격 전개는 매우 깔끔해졌다.

 

수비 상황에서는 공격 상황만큼 빛나지 않지만, 수적 우위를 점하게 함으로써 수비진을 안정감 있게 만든다. 발베르데는 수비 상황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거나, 긴 다리를 활용한 일 대 일 수비를 통해 상대가 제대로 된 슈팅 기회를 잡게 하지 못하게 한다.

 

지난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전은 모드리치가 왜 발베르데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지를 그대로 증명한 경기였다. 발베르데는 본인이 출전한 경기마다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침투에 능하고, 빠르고 간결한 판단력으로 공격을 연결했다. 이 때문에 크로스나 모드리치 같은 미드필더들이 더욱 넓은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크카모 라인이 재가동될 경우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발베르데가 출전할 때만큼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상대 진영으로 침투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의 흐름이 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모드리치는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는 크로스와 카세미루와 비교하면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일본의 추리 소설가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 ‘빙과’에서는 “모든 것은 결국 고전(古典)이 된다”고 했다. 그 말처럼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옛것이 된다. 강인했던 인간마저 결국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약해진다. 그동안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모드리치였지만, 그 역시 하나의 고전(古典)이 되어 가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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