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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밀란에 돈 붓고 있는’ 엘리엇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중국 자본에 인수된 이후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인터 밀란과 달리 라이벌이자 이웃집인 AC 밀란은 오랫동안 방황하고 있다.

 

밀란은 지난 2017년 홍콩 자본가인 용홍리에게 인수됐다. 밀란을 인수했던 용홍리는 구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엘리엇으로부터 거액의 빚을 졌는데, 일정 기간 안에 부채를 갚지 못하면 구단의 소유권은 엘리엇에 넘어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용홍리가 빚을 갚지 못하자 엘리엇은 지난 2018년 6월 30일에 용홍리로부터 밀란을 강제 압류했다.

 

이후 엘리엇은 밀란의 UEFA 챔피언스 리그 복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밀란이 챔스에 복귀한다면, 그만큼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싼 가격에 구단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엘리엇은 첫 시즌에 이적료로 1억 8,560만 유로(약 2,401억 원)를 투자했다. 선수 매각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8,830만 유로(약 1,143억 원)로 9,730만 유로(약 1,259억 원)의 이적료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는 1억 200만 유로(약 1,318억 원)을 투자했다. 선수 판매로 얻은 돈은 3,850만 유로(약 498억 원)에 불과하다. 이적 시장에서만 1억 6,080만 유로(약 2,08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이적료 적자일 뿐이다. 구단 운영비와 선수단의 연봉 등을 포함하면 밀란이 짊어지고 있는 부채는 어마하다.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5년 반 동안 밀란의 누적 적자는 무려 5억 6,000만 유로(약 7,246억 원)에 달한다. 한 마디로 엘리엇은 ‘밑 빠진 밀란에 돈을 부었다’

 

이처럼 밀란이 가진 부채가 너무 컸기에 UEFA는 이들이 FFP룰을 위반했다며 지난 시즌 징계를 내렸다. 밀란은 챔스 복귀를 위해 이번 시즌 UEFA 유로파 리그 본선 진출권을 포기했다. 그만큼 밀란은 절실했다.

 

그러나 이처럼 엘리엇이 거액을 투자했고 그만큼 재정적인 손해를 보고 있지만, 밀란은 여전히 챔스와 거리가 먼 팀이다. 이번 시즌 밀란은 승점 10점으로 리그 13위다. 챔스 본선 진출권이 보장된 4위 AS 로마와의 격차는 승점 9점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

 

밀란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마르코 잠파올로 감독을 경질했고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2경기 동안 1무 1패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처럼 안 좋은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엘리엇은 끝내 인내심을 잃을 것이다.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부도 위기에 처한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하다.

 

지난 2001년 엘리엇은 재정 위기에 처했던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한 뒤 원리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였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지난 2015년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처럼 엘리엇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다. 그리고 밀란이 지금처럼 성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엘리엇은 투자를 중단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밀란은 다시 한 번 경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챔스 복귀다. 밀란은 이번 시즌 챔스 복귀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한다. 밀란의 운명은 챔스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