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루마니아의 슈테아우어 브쿠레슈티는 UEFA 챔피언스 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 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몇 안 되는 동유럽 팀 중 하나다.
1985/1986시즌 유러피언 컵 결승전에서 슈테아우어가 만났던 상대는 다름 아닌 바르셀로나였다. 당시 바르사는 ‘금발의 천사’ 베른트 슈스터를 비롯해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었다.
그러나 바르사는 결승전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키커로 나선 선수가 모두 실축했다. 그들의 슈팅을 막아낸 골키퍼는 바로 헬무트 두카담이었다.
당시 슈테아우어가 유러피언 컵 결승전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때는 미셸 플라티니의 유벤투스와 칼-하인츠 루메니게의 바이에른 뮌헨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두 팀 모두 대회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비교적 쉬운 팀들을 만났던 슈테아우어가 4강에서 벨기에의 명문팀인 RSC 안더레흐트를 꺾고 결승전에 올라갔다.
비교적 쉬운 팀을 꺾고 결승전에 올라간 슈테아우어의 우승을 예상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 바르사는 예나 지금이나 명문 팀이었기에 모두가 바르사의 우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슈테아우어의 골문을 지켰던 두카담은 바르사의 슈팅을 연달아 선방했고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정해지게 됐다.
슈테아우어는 첫 번째 키커와 두 번째 키커가 연달아 실축했다. 이때만 해도 승부는 바르사에 좀 더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바르사가 아닌 슈테아우어의 편이었다. 슈테아우어의 수문장인 두카담은 바르사 키커들의 슈팅을 모두 선방한 것. 경기는 슈테아우어의 2:0 승리로 끝났다. 한 편의 기적이 유러피언 컵 결승전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좋은 순간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두카담에게 시련이 너무 빨리 찾아왔다. 오른팔에서 동맥류가 발견된 것. 그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지만, 의사들은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몰랐다. 그래서 두카담이 루마니아의 독재자인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았다는 루머가 돌았다. 오른팔이 잘렸다는 터무니없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어쨌든 오른팔 동맥류 문제로 골키퍼 장갑을 벗어야만 했다. 그는 이후 7년 동안 국경 경찰로 일했다. 그리고 유러피언 컵 결승전은 두카담의 마지막 프로 경기로 남게 됐다.
[사진 출처=UEFA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