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주목해야 할 선수들
이번 대회 최고 수확은 어쩌면 이탈리아일지 모르겠다. 그동안 이탈리아는 뛰어난 자국 유소년 선수들이 없었던 까닭에 긴 암흑기를 걸어갔다. 그러나 어둠이 계속되면 한 줄기 빛이 내리는 법. 최근에는 잔루이지 돈나룸마와 니콜로 자니올로 등 뛰어난 선수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이탈리아 축구의 전환기가 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는 수비 축구가 강점인 나라다. 이번 대회에서도 인터 밀란의 유소년 선수인 로렌조 피롤라와 ACF 피오렌티나의 크리스티안 달레 무라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수비 자원보다 공격 자원에서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선수가 많았다. AC 밀란의 로렌조 콜롬보와 인테르의 니콜라스 본판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군계일학은 인테르의 세바스티아노 에스포시토다.
필자는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이탈리아 유소년 선수들을 지켜봤지만, 현재 AS 로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자니올로조차 (사실 자니올로도 인테르 유소년 선수 출신이다) 에스포시토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다. 그만큼 에스포시토는 대단한 재능이다.
에스포시토는 186cm의 탄탄한 신체를 가진 선수다. 만 16살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신체와 안정적인 바디 밸런스를 가졌다. 여기에 타고난 볼 키핑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하거나, 슈팅 기회를 가져가며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선수다. 그리고 활동 범위가 넓어 다양한 공격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무엇보다 에스포시토는 엄청난 킥 능력을 갖췄다. 특히, 프리킥 상황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그는 ‘프리킥의 마법사’라는 수식어구가 전혀 아깝지 않다. 인테르 유소년팀에서도 에스포시토는 프리킥 기회를 얻으면 정확하면서도 강력한 슈팅으로 득점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도 프리킥 기회를 얻으면 놀라운 슈팅을 선보였다.
프리킥 득점이 선수들에게 주는 효과는 거대하다. 프리킥 득점은 경기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에스포시토는 독일전과 프랑스전에서 프리킥으로 득점하며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게임 체인저’였다. 에스포시토 득점 이전에 이탈리아는 두 팀을 상대로 다소 고전했지만, 그의 득점 이후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고 끝내 승리를 쟁취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방에서 넓게 움직이면서 동료들이 좋은 위치에 있으면 결정적인 패스를 여러 차례 꽂아 넣어주며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번 대회에서 에스포시토는 4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의 공격수 아들리 아우시셰 다음으로 높은 성적이다. 아니, 오히려 아우시셰보다 에스포시토가 더 나았다.
그동안 인테르와 이탈리아의 등 번호 ‘10번’은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 로베르토 바조, 프란체스코 토티 같은 에이스들에게 주어지는 등 번호였다. 어쩌면 에스포시토는 이탈리아가 그토록 갈망했던 10번의 진정한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청소년 대회에서 한두 명의 선수만 얻어도 대성공이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에스포시토라는 확실한 티어 1급 자원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