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 K리그

원정 승리 거둔 서울, 안심하다 정규 시즌 악몽 재현 가능성 크다

[풋볼 트라이브=서정호 기자] FC서울이 나락에서 동아줄을 잡았다.

 

6일 19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3 역전승을 거두며 잔류 희망을 키웠다. 원정 3득점, 2골의 득실차를 거두고 왔다는 점을 볼 때 서울은 벼랑 끝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1차전을 복기해보자. 서울은 권진영의 퇴장이 있기 전까지 부산 아이파크에 시종일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의 날카로움은 떨어졌고, 부산의 투지에 밀리며 중원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2분 호물로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서울은 전반 막바지 있었던 권진영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며 해답을 찾았다. 조영욱, 고요한, 정현철의 골이 터지며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이 득점이 11명과 11명이 싸웠을 때도 나왔겠느냐고 생각하면 의문이다. 서울의 세 골이 모두 공중볼에 의한 득점임을 고려해볼 때 센터백 권진영의 퇴장 공백이 이 득점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음 경기는 부산과 11 대 11로 맞붙는다. 홈에서 치르는 경기라는 점, 점수 차이 등 모든 지표가 서울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그렇지만, 이 지표들을 보고 방심하다가는 이번 시즌 말미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1차전에서도 양 팀 모두 정상 전력일 때는 서울이 열세였다.

 

서울은 정규 시즌 스플릿 라운드 마지막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확보하면 잔류 확정이었다. 그러나 2경기 모두 패배를 기록,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오게 됐다. 시즌 중간 분명히 여러 번 반등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걷어찬 것은 서울이다.

 

시즌 막바지 12경기에서 무승일 때도 ‘설마 우리가 하위 스플릿에 갈까’, ‘에이, 우리가 강등되겠어?’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치렀고, 그 결과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단두대 무대다.

 

부산이 승격하기 위해서는 3점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하다. 0:2 승리로는 원정 다득점 원칙에 밀린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승격 재수’를 하는 부산은 2년 연속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

 

서울 역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홈이지만, 0:0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1차전 권진영의 퇴장 전까지 펼쳐졌던 경기 내용과 정규 리그 38라운드 상주 원정은 좋은 복습 교본이다. 상주 원정에서도 비기기 전략으로 갔다가 1골을 실점하며 끝내 패배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침착하게 경기를 펼쳐야 내년에도 K리그1 무대를 누빌 수 있다. 서울은 팬들에게 시즌 막바지 계속 ‘절실함, 간절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온 결과는 암울 그 자체였다.

 

서울은 이번 시즌의 부진을 떨쳐내고 K리그1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에게 잔류에 대한 그들의 절실함과 간절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 출처=FC서울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