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라리가

대체 불가능한 라모스와 크로스의 영향력

문제는, 그만큼 크로스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지다 보니 그가 결장하면 그 차이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지난 에스파뇰전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날 다니 세바요스가 크로스를 대신해 선발 출전했는데, 세바요스는 몇 차례 번뜩이는 패스를 선보였지만, 그의 활약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분명히 세바요스는 기동력을 겸비한 압박 능력은 훌륭한 선수다. 문제는 크로스처럼 안정적으로 공을 배급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아니다. 가령 크로스는 동료에게 패스하면 공이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하게, 그것도 적당한 속도로 전개된다. 이는 크로스의 패스 능력이 훌륭한 부분도 있지만, 그가 패스하기 위해 자리 잡는 위치 자체가 매우 뛰어난 까닭이다.

 

하지만 세바요스의 패스는 부드럽게 전개되기보다 공이 통통 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날 선발 출전했던 모드리치나 이스코가 세바요스의 패스를 받기 위해서 멈추는 모습이 많았다.

 

결정적으로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세바요스의 위치를 확인하면 크로스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공격 상황 시 세바요스는 공격수처럼 최전방에 위치했는데, 전방 압박 그 이상의 효과를 주지 못했다.

 

크로스처럼 동료들에게 유기적인 패스를 전달하기 위해, 혹은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상대 수비진의 허점을 노리거나, 후방에서 빌드업을 진행하고자 할 때 정작 중원에 있어야 할 세바요스는 없었다. 그래서 최전방에서 상대를 압박해야 할 벤제마가 오히려 중원으로 내려가서 공을 배급하거나, 최후방에 있어야 할 라모스가 하프 라인까지 올라오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는 최전방에 위치하다 보니 세바요스가 있어야 했던 왼쪽 측면이 너무 쉽게 뚫렸다. 왼쪽 측면에서 이루어진 역습들은 나초 페르난데스와 라모스가 봉쇄하는 데 성공했지만, 크로스가 있었다면 쉽게 허용하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레알은 가까스로 1:0으로 승리했지만, 크로스가 있었다면 빌드업이나 공 전개 과정 자체는 답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로스는 패스를 받기 위해, 그리고 빌드업을 할 때 빠른 판단으로 본인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세바요스의 위치 선정은 패스를 받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이렇다 보니 레알의 중원은 효율성이 너무나 떨어졌다.

 

그만큼 지금 레알에서 수행 중인 크로스의 역할은 대체할 수 없다. 시즌은 길고 선수들은 부상으로 쓰러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크로스와 라모스가 부상으로 이탈한다면, 로페테기의 위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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