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닮은 듯 안 닮은 듯 ‘나폴레옹과 무리뉴’ 이야기

단기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전쟁사와 축구 역사를 통틀어 나폴레옹과 무리뉴처럼 단기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많지 않다. 나폴레옹은 1793년 툴롱 포위전에서의 승리 이후 만 24살의 나이에 대위에서 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프랑스가 혁명기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초고속 승진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나폴레옹은 테르미도르 반동에 의해 ‘자코뱅파’로 몰리며 옥살이를 했지만, 투옥된 지 2주 만에 풀려났다. 때를 기다린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와 이집트 등지에서 전공을 세웠고 제1 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다가 1804년 만 35살의 나이에 황제가 됐다. 그가 툴롱 포위전에서 활약한 지 불과 10년 만의 일이었다.

 

무리뉴의 프로 선수 경력은 감독 시절만큼 훌륭하지 않았다. 만 24살의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는 체육 교사와 통역관으로 일하며 다시 시작했다. 이후 스포르팅 CP의 감독으로 부임했던 바비 롭슨의 통역관을 시작으로 FC 포르투와 FC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활동했다. 롭슨 감독이 떠난 이후에는 루이 판 할 감독과 함께했다.

 

2000년에 SL 벤피카를 시작으로 프로 감독직을 시작한 무리뉴는 2004년에 FC 포르투를 이끌고 만 41살의 나이에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오늘날에는 호셉 과르디올라와 지네딘 지단 감독 등 이른 나이에 챔스에서 우승하는 감독이 많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젊은 감독이 챔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을 보기가 어려웠다.

 

포르투에서의 챔스 우승은 나폴레옹의 툴롱 포위전처럼 무리뉴의 감독 경력에서 대대적인 전환점이 됐다. 챔스 우승은 무리뉴가 나폴레옹처럼 많은 사람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첼시와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같은 유럽 최고의 팀들을 이끌고 승승장구했다.

 

2000년대는 갈락티코 군단의 선장이었던 비센테 델 보스케와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즈 등 뛰어난 감독들이 많았지만, 무리뉴만큼 단기간에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했던 인물은 흔치 않았다. 1800년대는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훔쳤던 것처럼 2000년대는 무리뉴가 전 세계 축구계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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