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있었던 AFC U-23 챔피언십을 복기해보자. 김봉길 전 감독이 지휘했던 대표팀은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6경기 중 1경기만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는 데 그쳤다. 뒷문이 불안하던 대표팀을 외로이 지켜냈던 건 강현무였다. 2017시즌 드라마 같은 데뷔전을 치르며 포항 스틸러스의 주전을 꿰찬 강현무는 무수히 많은 선방으로 팀을 구했다. 당시 언론은 대회 유일한 수확이 강현무라고 호평할 정도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 강현무가 이번 시즌 포항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부상을 당한 적도 없고,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며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후보로 K리그 최강 전북 현대의 주전 송범근이 대기하고 있다. 2017 U-20 월드컵에서도 뛰어난 활약으로 해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송범근은 ‘신인의 무덤’ 전북에서 데뷔 시즌 주전을 꿰차며 뛰어난 경기력을 과시 중이다.
물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등에서 골키퍼를 와일드카드로 뽑아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14년은 김승규가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6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당시 U-23 대표팀은 뒷문 불안에 시달렸기 때문에 김승규의 선발은 합리적이었다. 2012년 정성룡 역시 마땅한 골리 자원이 없었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발탁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아시안게임은 20명의 선수단 특성상 2명의 골키퍼를 데려간다. 이미 골키퍼에 강현무, 송범근이라는 K리그에서 검증된 골키퍼들이 대기하고 있다. K리그에서의 기록만 보면 강현무(15경기 14실점), 송범근(13경기 5실점)이 조현우를 앞선다. 조현우는 리그 14경기 26실점으로 최다 실점을 기록 중이다. 소속팀의 상황을 고려해 봐도 아쉽다.
지금 U-23 대표팀의 단점은 수비다. 그중에서도 풀백은 지난 대회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와일드카드는 팀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 골키퍼는 이 팀의 구멍이 아니다.
와일드카드를 잘 사용하면 팀의 완성도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강현무, 송범근보다 뛰어난 골리인 조현우가 팀에 합류하면 뒷문 안정과 동시에 경기력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는 굉장히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용해야 한다.
월드컵 이전에 와일드카드로 골키퍼를 발탁하자는 의견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갑자기 형성된 ‘조현우 발탁론’이 이제 대세가 됐다. 김학범 감독이 여론에 쉽게 흔들리면 안 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주는 혜택이 어마어마하지만, 이 역시 금메달을 따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태껏 안방에서 열렸던 1986 서울 아시안게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없다. 이번 대표팀이 이름값에서는 역대급 대표팀이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러므로 명확히 드러난 팀의 약점인 풀백 및 수비 자원을 와일드카드로 보강해야 한다. 김학범 감독은 군 문제와 별개로 팀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자원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정말 뛰어난 골키퍼지만, 이 팀의 전력 향상에 엄청난 효과를 주지 않는다.
김학범 감독은 지금 와일드카드 2장의 활용에 대해 누구보다 고심이 깊을 것이다. 자신의 소신대로, 팀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성적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 귀중한 와일드카드 선발을 여론에 휘둘려서 결정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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