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③아름답지 못했던 마지막, 그러나 강렬했다
2006년 7월 9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올림피아 스타디온. 월드컵 우승을 놓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격돌했다. 동시에 지단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됐다. 카메라는 지단의 마지막 순간을 담기 위해서 지단을 더 많이 보여줬었고, 사람들의 이목 역시 지단에게 집중됐다.
선제골을 기록한 것은 프랑스였다. 이탈리아의 수비수인 마르코 마테라치는 전반 5분에 프랑스의 미드필더인 플로랑 말루다를 막다가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지단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프랑스는 1:0으로 앞섰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명장 리피와 아주리 군단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동점을 만들 기회를 노렸다. 결국 전반 18분, 마테라치가 코너킥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모두 조심스러운 경기를 운영했다. 경기는 다소 지루하게 진행됐다. 이탈리아는 루카 토니를 비롯한 장신 선수들을 활용하여 프랑스 수비진을 공략하는가 하면, 프랑스는 지단과 앙리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이 이탈리아 수비진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 전반전 14분. 프랑스의 윌리 사뇰이 이탈리아 수비진의 빈틈을 파고들며 크로스를 올렸다. 지단은 사뇰의 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헤딩으로 연결했다. 1998년 월드컵에 이어 결승 골을 넣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 슛은 부폰에게 막혔다.
결정적인 슛이 막히자 지단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연장 후반전 5분,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무슨 말을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 같았던 지단은 갑자기 마테라치에게 다가갔고, 그의 가슴을 향해 박치기했다. 이것을 본 호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은 지단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지단의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지단은 쓸쓸하게 라커룸으로 향했고, 카메라들은 그의 계속 찍었다. 지단의 퇴장으로 구심점을 잃은 프랑스는 승부 차기 끝에 이탈리아에 패했다.
선수로써 지단의 마지막은 화려했던 그의 선수 시절과 달리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경기 이후 사람들은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했던 말에 주목했다. 지단은 “도무지 내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모욕과도 같은 말이었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훗날 알려진 사실은 마테라치가 지단의 누이를 모욕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록 우승에 실패했지만, 지단은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골든 볼’을 수상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지단을 위한 월드컵”으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