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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바할 대신 기회 잡은 나초,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풋볼 트라이브=오창훈 기자] 스페인 대표팀의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에게 찾아온 뜻밖의 기회, 나초의 월드컵 데뷔전은 최저점과 최고점을 모두 찍으며 끝났다.

 

한국 시각으로 16일 새벽 3시,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나초는 90분 동안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비록 상대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미친 존재감’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며 무승부에 그쳤지만, 나초의 월드컵 데뷔전은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사실, 나초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전반 2분 만에 소속팀 동료인 호날두에게 페널티 킥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노련한 호날두의 움직임에 나초가 꼼짝없이 당했다. 나초가 두 손을 들었지만, 명백히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심판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호날두는 자신이 얻어낸 PK를 득점했고, 스페인은 리드를 허용했다. 호날두가 득점 후 나초를 향해 윙크를 보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나초에게는 꽤 힘든 시작이었다.

 

하지만 누가 말하지 않던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2:2로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12분경, 나초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왼쪽 측면에서 미드필더진이 세밀한 플레이로 기회를 포착하던 스페인의 공이 반대쪽을 향해 날아갔다. 이때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초 앞에 완벽한 오픈 찬스가 생겼고, 나초는 탁구 라켓으로 스핀을 주듯 기가 막히게 공을 깎아 찼다. 환상적인 궤적을 그린 공은 좌우 골대를 모두 맞추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팀의 첫 리드를 가져오는 귀중한 역전골이었다.

 

나초는 오늘 18번째 A매치 출전 끝에 마수걸이 득점포를 올렸다. 또한, 나초는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맥이 끊겼던 스페인 수비수 득점 계보를 다시 잇게 됐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4골을 득점했지만, 수비수의 골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호날두의 맹활약으로 인해 결승골이 될 뻔했던 나초의 득점은 다소 빛이 바랬다.

 

하지만 나초의 존재감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던 90분이었다. 이로써 나초는 기존 오른쪽 주전 풀백이었던 다니엘 카르바할은 물론, 후보인 레알 소시에다드의 신성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까지 모두 긴장하게 했다. 스페인의 우측 수비 경쟁은 나날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