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라리가

‘지네딘 지단’다운 선택을 한 지단, 왜 레알을 떠나야만 했는가

레알은 성공이 익숙한 팀이다

 

2012년에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FC 바르셀로나를 떠났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을 향한 거대한 압박감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 바르사는 4년 동안 두 번의 챔스 우승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는 모든 팀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고 과르디올라는 모든 감독의 본보기였다. 사람들은 이 스페인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내릴지를 주목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매년 자신을 향한 거대한 압박감에 지쳤고 끝내 팀을 떠났다.

 

지단이 레알 감독직을 떠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만 한다. 이 프랑스 감독은 지난 2년 반 동안 챔스 3연패를 달성했지만, 임기 내내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다. 리그에서 부진하면 언론은 이 프랑스 감독의 입지를 괴롭히기 바빴다. 팬들 역시 지단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일부는 챔스 3연패를 달성하자마자 “이제는 4연패를 노려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레알은 바르사보다 성공이 익숙한 구단이다. 통산 33회의 라 리가 우승을 차지했고 13회의 챔스 우승을 기록했다. 전 세계의 그 어느 구단도 레알만큼 거대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프란시스코 헨토 등이 주축이 된 1950년대는 유러피언 컵에서 5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달성한 클럽이다. 그러나 과거에서 거둔 거대한 성공은 ‘지네딘 지단’ 한 사람에게 “계속 성공해야만 한다”는 거대한 중압감을 심어줬다.

 

필자는 지단이 자신에게 거는 거대한 기대감과 압박에 지쳤다고 본다. 이는 지단뿐만 아니라 과거 레알의 감독들 모두가 겪었던 문제다. 레알의 감독직은 과거 뛰어난 업적을 쌓았어도 지금 당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경질될 수 있는 자리다. 성공하면 수많은 명예를 얻지만, 그만큼 고독한 자리다.

 

물론, 지단이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오른팔이었기에 다른 감독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성공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언젠가 떠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단은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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