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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 지네딘 지단, 이번에도 박수 칠 때 떠난다

[풋볼 트라이브=정미현 에디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 이형기는 “낙화”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말했다. 그리고 지네딘 지단이야말로 ‘이별의 미학’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 당시, 갈락티코 1기의 핵심 일원이었던 지단은 주전에서 밀려나기도 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펼쳐진 월드컵에서는 프랑스를 결승전까지 이끌며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지단은 은퇴를 번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단은 박수 칠 때 떠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5월 31일, 지단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레알과의 이별을 발표했다. 축구 역사상 UEFA 챔피언스 리그 최다 우승 감독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2015/16시즌 레알은 라파엘 베니테스 전 감독 아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수뇌부는 대체자로 당시 카스티야를 지도하던 지단을 선택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전설은 데뷔전부터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지극히 상식적인 전술을 지극히 상식적으로 활용했던 결과였다. 그리고 이 변화는 빅 이어로 돌아왔다.

 

지단은 안주하지 않았다. 진화를 거듭했다.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레알에서 로테이션으로 재미를 보기란 쉽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지단은 플랜 A와 B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냈다. 전술의 효율성은 물론, 선수 시절의 카리스마가 더해진 덕에 플랜 A에 속한 선수들은 불만을 품지 않았다. 팀은 화목했고, 성적은 훌륭했다. 결국 리그 우승은 물론, 챔스 개편 후 최초로 2연패까지 달성했다.

 

이번 시즌, 플랜 B의 황태자 알바로 모라타를 떠나보낸 지단은 어려움을 겪었다. 비판이 계속됐다. 보통이라면 선수들의 이름 옆에 느낌표가 생겼을 테다. 하지만 지단은 선수들을 잘 추스렀다.

 

리그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이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달랐다. 파리 생제르맹,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등 각 리그의 1인자를 꺾으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만난 리버풀마저 3:1로 꺾으며, 최초의 3연패로 감독으로서도 전설이 됐다. 되어버렸다.

 

그리고 5월 31일, 그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할 업적을 달성한 지단은, 선수 시절만큼이나 ‘쿨’한 모습으로 안녕을 말했다.

 

이형기는 덧붙였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지단에게는 그때가 지금이었다. 그래서 지단은 또 한 번, 박수를 받으며 떠나게 됐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