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카리우스의 눈물은 애잔했지만, 프로는 냉정해야 한다

[풋볼 트라이브=오창훈 기자] 리버풀 FC의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는 오늘 인생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한국 시각으로 27일 새벽에 펼쳐진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한 카리우스는 두 차례의 큰 실수를 범하며 팀의 패배를 자초했다. 물론 경기 중간 번뜩이는 선방은 인상적이었지만, 문제는 그 두 실수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며 리버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점 장면을 다시 복기해보자. 첫 실점은 중앙 수비수에게 안전하게 볼을 던져주려다 카림 벤제마의 압박에 걸려 실점하고 말았다. 굳이 비어있던 왼쪽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을 놔두고 반대쪽을 보려다 선제골을 내줬다. 사실상 경기의 쐐기골이 된 세 번째 실점 장면도 카리우스의 실수였다. 물론 가레스 베일의 중거리 슈팅이 워낙 위력적이긴 했지만, 정면으로 오는 공을 그렇게 미끄러트려서는 안 됐다.

 

결국, 카리우스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린 후 필드 위에서 일어나지 못하며 굵은 눈물을 쏟았다. 열렬히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슬퍼했다. 팬들도 그런 카리우스의 마음을 이해했다.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그 큰 경기에서 카리우스가 받았을 그 압박감이란, 우리가 감히 헤아리기 힘들 정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리우스에게 마냥 동정 어린 시선만 보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엄연한 프로 경기에서, 그것도 11년 만에 올라온 결승 무대에서 수준 이하의 실수를 보여준 점은 명백하게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경기 후 영국 언론 ‘BT 스포츠’의 해설위원이자 첼시 FC의 전설이었던 프랭크 램파드는 “이런 실책은 챔스 결승에서는 나와서는 안 된다. 선제골을 봤을 때 믿을 수 없었다”라며 카리우스의 실수가 얼마나 어이없었는지를 잘 말해줬다.

 

카리우스에게 이번 경기는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시즌 후반기부터 서서히 주전 골키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었다. 다른 골키퍼라면 당연히 막아야 할 장면에서, 선방을 펼치자 리버풀 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장면은 절대 허투루 넘길 부분이 아니었다. 버질 반 다이크의 합류로 수비라인은 안정감을 찾았지만, 이번 경기로 인해 여전히 골키퍼 자리는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

 

카리우스는 더욱 혹독한 여름을 보내야만 리버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