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서정호 기자] 영국 축구 역사 속 아픈 기억의 그 날이 어느덧 29주년을 맞이했다. 1989년 4월 15일 잉글랜드 셰필드에 있는 힐즈브러 스타디움에서 96명의 관람객이 사망한 힐즈브러 참사가 오늘로 29주년이다.
힐즈브러 참사는 1989년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에서 일어났다. 당시 리버풀 팬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단체로 버스를 대여해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교통 사정으로 시합 직전에 도착했다. 리버풀 팬들은 서둘러서 경기장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하지만 경기장 측의 실수로 정원이 1,600명 정도인 입식 관중석에 약 3,000명이 들어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 사실을 모르던 진행요원들은 해당 입석으로 관중을 계속 유도했고, 질식사 직전에 이른 사람들이 2층으로 기어 올라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훌리건이 필드에 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놨던 철망으로 사람들이 밀리면서 킥오프 5분 만에 철망이 무너져 내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진행 측이 경기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94명이 압사, 부상자는 766명, 그중 300여 명이 입원한 대형 참사였다. 사고 후유증으로 2명이 더 사망함으로써 전체 사망자는 96명이 됐다. 영국 축구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다.
리버풀 팬들은 그 동안 앞쪽의 노팅엄 팬들과 중립 팬들을 밀쳐 참사를 발생시켰다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2016년, 리버풀 팬들의 무고함이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참사는 경찰의 경계 태만으로 인해 발생했는데, 경찰은 증거 날조까지 저지르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한다. ‘더 선’은 리버풀 훌리건들이 사건 당시 사망자의 소유물을 훔치고 경찰을 폭행했다는 허위 기사를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리버풀 팬들과 희생자 96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리버풀은 힐즈브러 참사 때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추모사를 남긴다. 올해도 참사 29주년을 맞이해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지난 34라운드 AFC 본머스와 홈경기에서 매치데이 프로그램 북을 통해 힐즈브러 참사를 기렸다. 경기 중 선수들은 팔에 검은색 완장을 착용하고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또한, 리버풀은 안필드 LED 보드에 희생자들을 위한 헌사를 띄웠다. 참사 당일인 4월 15일 오후 3시 6분 희생자 96명을 기리기 위해 클럽 전체 스태프와 선수들이 1분 간 침묵할 예정이다.
힐즈브러 참사 29주년을 리버풀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버턴 FC 등 많은 클럽이 SNS를 통해 함께 슬퍼했다. 그리고 전 리버풀 선수였던 페페 레이나, 루카스 레이바 등도 SNS로 추모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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