➃자본은 예전만큼 파괴력을 주지 않는다
축구는 뛰어난 경영인에 의해 역사가 결정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와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과감한 투자로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다. FC 인터 밀란은 안젤로 모라티와 마시모 모라티 부자(父子) 덕분에 성공했다. AC 밀란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지원에 힘입어 유럽 최고의 명문 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첼시 FC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오일 머니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맨체스터 시티 FC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거액을 들여 선수를 영입했던 이유는 선수단의 전력 강화라는 순수한 목적만 있지 않다.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 인지도를 쌓아 자신들의 본업에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사회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페레즈는 스페인 최대 건축 회사인 ‘ACS’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페레즈가 레알 회장직으로 부임하는 동안 세계에서 최대 건축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여기에 페레즈는 스페인 사회에서 거대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언론 재벌인 베를루스코니는 밀란의 성공에 힘입어 자신의 지지도를 높였고 이탈리아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했다. 밀란은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질 때마다 그를 돕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앞으로 축구 시장에 저들만큼 막대한 자본을 사용할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너무 많은 돈이 유입됐기에 과거만큼 파급력을 줄 수 없는 까닭이다.
가레스 베일이 레알에 이적했던 2013년 때만 하더라도 선수 이적료로 1억 유로(1,317억 원)가 넘으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2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로 이적했던 폴 포그바 때도 마찬가지였다. 1억 유로라는 돈은 꿈에서나 나올 법한 액수였다.
그러나 지난여름 네이마르가 2억 2,200만 유로(약 2,898억 원)로 파리 생제르맹 FC로 이적하자 1억 유로는 오늘날 이적 시장 금액의 일반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아니, 1억 유로의 2배인 2억 유로(약 2,634억 원)도 이제 놀라운 금액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결국, 자본가들이 과거와 같은 효과를 누리려면 선수 1명을 영입하는데 3억 유로(약 3,951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출해야만 한다. 그러나 파리를 소유하고 있는 카타르 왕실 같은 특수한 상황(1부 참조)에 처하지 않는 한 그런 투자를 할 구단은 많지 않을 것이다. 3억 유로라는 돈을 쓴 것 이상으로 축구 구단을 통해 이득을 보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까닭이다.
설사 3억 유로를 지출했어도 과거만큼 놀라움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만큼 너무 많은 구단이 큰돈을 쓰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예전만큼 비싼 선수에 반응하지 못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 정도 되는 선수들이 이적해야 놀랄 것이다.
우리는 스포츠가 어디까지나 마케팅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스포츠가 마케팅으로써의 이용 가치가 떨어진다면 재정 지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