➀불안정한 중동 정세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중동 정세다. 지난해 중동 사회에 거대한 사건들이 터졌다. 첫 번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 문제였다. 살만 빈 압둘 아지즈 현 국왕은 왕세자이자 조카였던 니예프를 축출하고 친아들인 무함마드를 새로운 왕세자로 세웠다.
기존의 계승 법칙을 무시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후 자신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 세력을 하나둘씩 제거했다. 그리고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란을 압박했다.
두 번째는, 카타르의 단교다. 사우디는 이란 적대 정책에 반대했던 카타르와 단교를 선고했다. 주변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궁지에 몰린 카타르는 이란과 손을 잡았다. 사우디와 이란, 그리고 카타르의 대립 관계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보다 국력이 약한 카타르는 프랑스 같은 서방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파리 생제르맹 FC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말 그대로 중동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프랑스의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불만을 잠깐 잠재울 뿐 영원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사우디의 알 사우드 왕가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듯하다.
특히, 사우디와 이란은 역사적으로 오랜 앙숙이다.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 이슬람교의 종교적 대립도 있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역사적 갈등의 골이 깊은 까닭이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상 중동 정세가 축구 산업의 미래를 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들이 파리와 맨체스터 시티 FC 같은 구단을 통해 축구계를 흔드는 점도 있지만, 전 세계 경제의 핵심인 유가(油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동부 지역은 국가 유전의 80% 이상이 집중된 곳이자 걸프 바닷물을 담수해 수도 리야드에 공급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사우디의 생명 줄이다. 그러나 근처의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영역이다. 공교롭게도 이곳은 산유국이 대양으로 통하는 유일한 해로다. 하루 평균 14척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행하며 약 1천 5백만 배럴 이상의 원유(2011년 기준으로 세계 해상 석유 수송량의 35%, 세계 모든 석유 거래량의 20%에 해당하는 양)를 수송한다.
만약 중동 정세가 지금보다 나빠진다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 역시 단교를 유지할 것이다. 두 나라가 진짜로 전쟁을 벌일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형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고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불안정해진다. 이는 환율과 소비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과거 축구 산업은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구단은 자국 자본가가 소유하고 있었지만, 대공황 이후 외국 구단주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축구계는 자생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지만, 경제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를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