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➃지단의 뒤를 잇는 것은 위험하다
구티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지단은 훌륭한 인물이다. 우리는 지단이 최근 몇 년 동안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당장 자신에게 1군 감독으로 부임할 기회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
구티가 이 말을 했던 이유는 지단을 지지하는 목적도 있지만, 당장 그 뒤를 잇고 싶지 않은 뜻도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감독 경력 내내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성만 놓고 본다면, 레알 유소년 선수 출신인 구티는 라울 곤잘레스나 이케르 카시야스처럼 성골에 가까운 인물이다. 지단은 나쁘게 말하면 ‘이방인’이다.
그러나 레알은 성적이 우선시되는 구단이다. 지단은 선수 시절 구단의 아홉 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대회 2연패를 차지해 엄청난 영향력을 얻게 됐다.
레알 팬들이라면, 구단의 열 번째 챔스 우승을 이끌었던 안첼로티의 후임으로 부임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이후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기억할 것이다. 베니테즈는 부진에 빠지면 매번 안첼로티와 비교됐고 결국 경질됐다.
반면, 지단은 안첼로티의 그림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선수 본인이 구단의 전설인 이유도 있지만, 전임자인 베니테즈가 모든 비판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지단의 비교 대상은 늘 베니테즈였지 안첼로티나 무리뉴가 아니었다.
이런 비교를 받았던 인물은 단순히 베니테즈뿐만이 아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데이비드 모예스와 루이스 판 할, 무리뉴도 마찬가지였다. 맨유 팬들은 툭하면 “퍼거슨 시절 때는 이렇지 않았다”면서 예전을 그리워한다.
구티가 지단의 뒤를 이어 곧바로 1군 감독으로 취임해서는 안 되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구티가 일시적인 부진에 빠져도 스페인 언론이나 팬들, 경영진은 지단과 그를 자주 비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지단이 쌓아놓은 업적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이다.
구티는 젊다. 그만큼 기회가 자주 찾아올 것이다. 정말로 레알 1군 감독이 되고 싶다면, 시간을 가지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중요한 것은 기회를 잡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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