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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트라이브=오창훈 기자] 지난 주말은 잉글랜드가 FA컵 일정이 진행됐습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던 주요 구단들뿐만 아니라, 하부리그 팀들의 경기도 지켜볼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컵대회인데요. 그러다 보니 하부리그 팀들이 주요 구단들을 잡아내고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고, 심지어 우승 목전까지 가는 이변이 심심찮게 벌어지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카드뉴스는 하부 리그 팀들의 반란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1) '칼레의 기적',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칼레 열풍 (1999/00 시즌)
프랑스의 4부리그 소속 구단 라싱 유니온 칼레 FC는 보잘것없는 시골 도시 칼레의 아마추어팀이었습니다. 여느 아마추어 구단이 그렇듯 교사, 노동자, 회사원 등의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축구를 병행하는 구단이었죠. 하지만 스페인 출신 감독 라디슬라스 로자노의 지휘와 함께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RC 스트라스부르, 지롱댕 드 보르도와 같은 팀들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만들어냅니다. 비록 FC 낭트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까지 결승전 경기장에 찾아오는 등 전국적인 '칼레 유행'을 일으켰습니다.
2) CD 미란데스, 라 리가 팀들을 연이어 잡아내다 (2011/12 시즌)
스페인 3부리그인 세군다 디비시온 B 소속의 CD 미란데스는 2부리그와 3부리그를 오가던 미란다 지역의 작은 구단이었습니다. 그러던 2011/12 시즌, 코파 델 레이 예선을 통과한 이후 32강부터 비야레알 CF, 라싱 산탄데르, RCD 에스파뇰을 연이어 잡아내며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주장 파블로 인판테를 비롯한 선수단 대부분이 다른 직장에 종사 중인 축구 선수들이었기에, 미란데스의 이야기는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비록 4강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전력 차를 실감했지만, 미란데스의 드라마는 스페인 축구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습니다.
3) 웨일스 구단 카디프 시티, 잉글랜드 리그컵 우승 목전까지 가다 (2011/12 시즌)
스페인에서 미란데스의 돌풍이 불었을 무렵, 잉글랜드에선 챔피언쉽(2부리그) 소속의 카디프가 리그컵에서 조용히 이변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7/08 시즌에는 FA컵 결승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던 만큼 2011/12 시즌의 결승 무대는 더욱 카디프에 간절했습니다. 상대는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리버풀 FC, 선제골을 득점하며 이변을 완성하는 듯 했지만 결국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4) 브래드포드 시티, 4부리그 구단 최초로 웸블리 결승을 치르다 (2012/13 시즌)
한때 프리미어리그 소속으로 잉글랜드에서 이름을 날리던 브래드포드는 2000년대 중반 급격한 재정난으로 4부리그까지 추락합니다. 하지만 2011/12 시즌 필 파킨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죠. 결과는 바로 다음 시즌 리그컵에서 드러납니다. 프리미어리그 소속 구단인 위건 애슬레틱, 아스널 FC, 아스톤 빌라까지 잡아내며 결승 진출에 성공합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리그컵과 FA컵을 포함 4부리그 팀이 결승 진출하는 첫 번째 사례로 남았습니다.
5) 위건 애슬레틱, 팀 창단 최초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리다 (2012/13 시즌)
한때 국내 축구팬들에게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부여받은 강등 탈출의 귀재, 위건은 2012/13 시즌도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FA컵 결승까지 진출하게 됐죠. 상대는 신흥 강호로 떠오른 맨체스터 시티. 경기 내내 시종일관 압박당하던 위건은 후반 막판 상대 수비 파블로 사발레타의 퇴장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결국, 벤 왓슨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승리하며 FA컵 우승을 달성합니다. 비록 프리미어리그 잔류에는 실패했지만, 위건의 2012/13 시즌은 팀 창단 이후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6) 링컨 시티 FC, 103년 만에 아마추어 구단의 FA컵 8강 진출 (2016/17 시즌)
세미프로 리그로 인정받는 잉글랜드 5부리그 소속이던 링컨 시티는 2016/17 시즌 FA컵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64강에서 챔피언쉽 소속의 입스위치 타운을 재경기 끝에 잡아내더니, 32강에서는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까지 꺾고 16강에 진출합니다. 16강 상대는 프리미어리그의 번리 FC, 하지만 번리도 링컨의 돌풍에 휘말리며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링컨의 8강 진출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두 번째 기록이 됐습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 이후 아마추어 구단이 FA컵 8강에 진출한 첫 구단이 되었죠.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