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서정호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기성용의 대체자 문제였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할 선수를 발굴한 것 같다. 바로 비셀 고베의 정우영이다.
기성용은 대표팀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표팀 주득점원은 손흥민이지만, 기성용은 대표팀의 조타수로 그 역할이 크다. 중원에서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고, 큰 체격을 바탕으로 몸싸움에 능하다. 또한, 시원한 롱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넓은 시야와 공간 활용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경기 조율 능력을 통해 경기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치명적인 전진 패스로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키핑 능력으로 볼 간수를 하며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대표팀은 기성용이 없으면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9, 10차전이었다. 기성용이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이라 소집됐지만, 경기는 소화할 수 없었다. 그 두 경기에서 기성용 없는 대표팀은 공격 전개에서 답답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기성용이 제 컨디션을 찾은 11월 A매치 데이 때 강호 콜롬비아, 세르비아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했다. 두 경기에서 기성용은 중원 사령관으로 키핑, 탈압박, 빌드업 등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성용에게 감독들은 주장 자리를 주며 신뢰를 보여줬다. 전 대표팀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부터 현 신태용 감독까지 기성용에게 굳은 믿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기성용은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국가대표팀 은퇴를 암시했다. 월드컵 이후 기성용의 대체자를 찾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해답이 있었다. 바로 2017 EAAF E-1 챔피언십 일본전에서 그림 같은 무회전 프리킥 골을 터트린 정우영이다. 정우영은 국가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때부터 ‘보급형 기성용’이라 불릴 정도로 기성용과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선다. 뛰어난 킥력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패스와 중거리 슈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소속팀에서 세트피스 키커로 나설 정도로 프리킥도 잘 차는 편이다.
정우영은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구성할 때도 있고, 기성용이 선발로 나오면 정우영은 후보로 출발한 경기도 있었다. 둘이 함께 중원을 구성하면 수비 문제 때문에 3선에서 과부하가 발생한 경기가 종종 있었다.
실제로 둘 중 한 명이 빌드업의 중심이 되고, 파트너는 수비적인 기여도가 높은 선수가 나왔을 때 대표팀 중원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까지 대표팀 미드필더의 중심은 기성용이 되고, 정우영은 기성용의 후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기성용이 국가대표팀 은퇴를 한다면 정우영이 기성용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7 EAAF E-1 챔피언십에서 정우영은 기성용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며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정우영도 2012 런던올림픽과 2015, 2017 EAAF 동아시안컵을 거치며 국제대회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
기성용의 국가대표팀 은퇴는 팬들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정우영이 있기 때문에 그리움에 젖어있을 시간이 오래 가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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