➃스토리텔링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이는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는 뛰어난 선수들과 감독들이 만들어낸 역경의 이야기를 거치며 발전했다.
자본가들은 영국의 ‘축구 종가’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전 세계에 대중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들이 조력자로 선택한 대상은 ‘언론’이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1958년에 발생한 ‘뮌헨 참사’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뮌헨 참사 이전만 해도 영국의 축구는 지금처럼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맞이한 냉전 체제 때문이었다. 여기에 축구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낮은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뮌헨 참사는 ‘비극’이었다. 비극은 인간의 동정심과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자본가들과 언론에 뮌헨 참사는 전 세계에 영국 축구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었다.
그들은 성공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던컨 에드워스를 비롯한 사람들의 죽음에 애도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재건을 바랐다. 그 이전까지 맨유를 알지 못했던 이들도 해당 사건을 통해 그들의 절대적인 팬이 됐다. 이는 오늘날 맨유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축구 팬을 보유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뮌헨 참사는 오늘날까지도 영국 언론들과 프리미어 리그에게 거대한 스토리텔링 소재를 제공했다. 이후 등장한 조지 베스트와 데니스 로, 바비 찰턴 등과 같은 맨유 선수들은 해당 스토리의 주역이 됐다.
전 세계 사람들은 맨유가 뮌헨 참사를 극복해내는 이야기에 매혹되며 축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축구 시장에 자본을 투자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언론 역시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갔다.
프리미어 리그의 거대한 위기였던 헤이젤 참사의 비극도 프리미어 리그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줬다. 물론, 프리미어 리그는 이후 거대한 암흑기를 겪으며 세리에A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만든 것도 영국 언론의 몫이었다.
때마침 이때 등장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맨유는 스토리텔링의 주역이 됐다. 이에 맞서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아스널 역시 좋은 소재 거리가 됐다. 맨유와 아스널의 맞대결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조세 무리뉴 감독은 자신을 ‘스페셜 원’이라 자처하며 독특한 캐릭터를 형성했다. 위 세 사람의 대결은 프리미어 리그의 거대한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2015/2016시즌 때 레스터 시티 FC가 만들었던 동화 같은 이야기는 프리미어 리그의 관심을 끄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런 스토리텔링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극성이었던 영국 언론은 더욱 극성이 됐다)
이처럼 프리미어 리그가 지금 같은 거대한 자본 시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다. 만약 이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그들은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자본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