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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유망주들은 왜 실패하나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브라질은 매년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한다. 펠레와 호나우두, 호나우지뉴처럼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브라질은 역사적으로 축구의 ‘광산’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많으면 실패 사례도 많은 법이다. 유럽 리그 진출을 선언한 수많은 브라질 유망주들이 위대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고자 했지만, 극소수만이 살아남았다.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원인으로 브라질 선수들의 사생활과 자기 관리 실패 등을 언급하겠지만, 필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이 실패한 원인은 브라질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유럽 리그와 다른 브라질 리그

 

브라질 리그는 선수 개인의 기술력과 몸싸움을 중시하는 리그다. 프리미어 리그보다 거칠지만, 라 리가처럼 기술적인 부분이 발전되어 있다. 그만큼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

 

그러나 조직적이지 않다. 수비수들은 상대를 수비할 때 주로 대인 방어 전술로 맞설 뿐, 지역 방어 전술로 상대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 개개인의 개성이 강하다. 이것은 브라질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산투스 FC에서 FC 인터 밀란으로 이적했던 가브리엘 바르보사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청소년 시절 때부터 촉망받는 선수였고 브라질 리그를 평정했다. 한때는 맨체스터 시티 FC의 가브리엘 제수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테르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는 당시 인테르가 잦은 사령탑을 교체했던 영향도 있지만, 그가 조직적인 유럽 무대에서 뛰기에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바르보사의 기술은 분명히 좋다. 그러나 세리에A의 조직적인 수비를 상대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다 보니 공격 전개의 흐름을 끊어 스스로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바르보사는 인테르를 떠나 SL 벤피카로 팀을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는 브라질 리그 복귀가 확정적이다.

 

바르보사 한 명을 예로 들었지만, 유럽 리그에서 실패한 선수들 대부분이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플레이를 중시하다가 팀 전술에 겉도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 팀에 녹아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그대로 실패했다.

 

쉽게 뜨는 브라질 선수들

 

브라질 선수들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은 쉽게 뜰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브라질 언론과 유튜브 같은 매체의 영향 때문이다.

 

브라질 언론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후보 0순위’였던 브라질이 8강에서 프랑스에 패해 탈락한 이후 유소년 선수들에 엄청난 관심을 가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촉망받았던 선수가 네이마르와 파울루 엔리케, 루카스 모우라 등이었다. 이들은 브라질 언론의 영향력에 힘입어 19살이 되기 전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 매년 브라질 언론은 촉망받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제2의 펠레’, ‘제2의 네이마르’, ‘제2의 호베르투 카를로스’ 같은 수식어를 붙인다. 이들 중 몇몇은 20살이 되기 전에 억만장자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브라질 언론은 유망주들에게 많은 것을 줬지만, 동시에 엄청난 중압감을 안겨줬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선수들은 흔한 선수 중 한 명으로 전락한다. 어떤 이들은 펠레가 “선수 시절 내내 나 자신을 세계 최고의 선수라 여긴 적이 없다”는 쓴소리를 했을 정도로 자만심에 빠진다. 루카스 실바처럼 특정 대회에만 잘 해 과대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 브라질 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2000년생 유망주들을 칭찬한다. 이들은 브라질 언론으로부터 ‘새로운 황금 세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선수들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알랑 소우자, 링콘, 마르쿠스 안투니우, 비탕, 파울리뉴, 가브리엘 브라장 등을 언급할 수 있다. 몇몇은 레알 마드리드 같은 명문 구단들의 관심을 받거나 이미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17살이라는 나이는 아직 어리다. 그들은 어른이 아닌, 청소년일 뿐이다. 그만큼 감정적으로 쉽게 다칠 수 있는 예민한 시기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들 중 몇몇은 이름 없는 선수로 전락할 수 있다.

 

브라질 리그와 브라질 선수들은 지금도 많은 편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브라질 선수들이 아닌, 리그 자체와 언론에 있다. 그들도 이를 모르지 않겠지만,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제까지 그들이 살아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