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최유진 기자] 피터 보츠의 도전은 실패했다.
BV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피터 보츠 감독이 결국 사임했다. 10월 24일 포칼컵에서 3부 리그 FC 마그네부르크에게 승리한 이후, 모든 대회 통틀어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었다. 무려 9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다. 마그네부르크와의 승리를 제외하면 12경기 연속 무승이다. UEFA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도 2무 4패다. 간신히 유로파 리그는 진출했지만, 역대 최소 승점 진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위르겐 클롭의 뒤를 이어 인상적인 성적을 낸 토마스 투헬 감독이 2016/17 시즌 직후 경질되었다. 보드진과의 마찰이 이유였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AFC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감독인 피터 보츠를 영입했다. 베르트 판 마바이크에 이어 구단의 두 번째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었다. 도르트문트의 긴 역사 속에서 채 10명도 되지 않는 외국인 감독이라는 점에서 보츠는 상당한 기대를 받고 온 감독이었다. 보츠의 선수, 감독 경력은 초라했지만 2016/17 명문 아약스의 리그 준우승, 유로파 리그 준우승을 끌어낸 실적이 있었다.
압박과 빠른 전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도르트문트의 전술적 색채와 일치하는 감독이기도 했다. 도르트문트는 피에르 오바메양, 크리스천 풀리시치 같은 매우 발 빠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클롭 이후 강한 압박으로도 유명한 팀이었다.
보츠는 요한 크루이프의 전술에 크게 영향을 받은 감독이다. 본인 스스로 크루이프의 경기를 보면서 공부했다고 밝힐 정도로 크루이프의 ‘토털 풋볼’에 큰 영향을 받았다. 수비수부터 공격수까지 모든 선수의 활발한 움직임, 짧은 패스를 통한 지속적인 볼 소유를 유지,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한 볼 탈취 등 현대적인 축구 전술 이론으로 무장했다.
보츠의 도르트문트는 초반 성공적으로 보였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바이에른 뮌헨이 선수단과의 불화로 흔들리는 사이 리그를 질주했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로 개막 이후 초반 5경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이끌었다. 리그 6라운드 동안 19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분데스리가는 홈페이지에서 피터 보츠를 ‘위르겐 클롭과 호셉 과르디올라를 섞은 지도자’라고 극찬하였다. 볼 점유율이나 경기당 패스 성공률도 지난 시즌보다 격변했었다. 하지만 보츠의 칭찬은 딱 2달 뿐이었다.
부진의 시작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2차전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도 동일한 공격 전술을 준비한 도르트문트는 높이 올라온 수비 라인의 뒷공간을 노린 가레스 베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철저히 두들겨 맞았다. 도르트문트의 약점이 모든 팀에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도르트문트는 계속 추락하기 시작했다.
보츠의 도르트문트가 기존 클롭이나 투헬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짧은 패스 위주의 볼 소유권 확보였다. 수비 라인을 높이 끌어올린 후, 볼을 뺏기지 않게끔 짧은 패스를 통해 계속 순환시켜 앞으로 전진시켰다. 보스의 전술에 익숙하지 않은 리그 초반에는 공격적인 전술이 효과적이었다. 쉬지 않고 파상 공세를 퍼붓는 도르트문트에게 이른 실점을 한 다른 팀들은 기세를 잃고 무너졌다.
하지만 끌어올린 뒷공간을 그대로 내주는 약점이 알려지자마자 도르트문트는 선제 득점을 해도 그 유리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토트넘 핫스퍼와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5차전과, 분데스리가 13라운드 레비어 더비, FC 샬케 04와의 경기였다.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선제 득점 이후 도르트문트는 라인을 내리고 흐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미숙한 수비 전술은 후반 2골을 내주었다. 샬케와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 맹공을 퍼부어 4:0이라는 일방적인 점수를 기록했지만, 후반 4골을 내리 내주며 비기고 말았다.
사실 전조는 있었다. 바로 전 구단 아약스의 유로파 리그 결과다. 아약스는 16강부터 1승 1패를 거듭하면서 결승까지 올라갔다. 16강 이후 원정 경기는 모두 패배하고, 득실차로 간신히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여러가지 잡음도 잇따랐다. 에이스 오바메양이 잦은 지각을 하거나, 구단의 홍보 방침을 어기는 바람에 자체적인 출전 징계를 받았다. 보츠도 잦은 지각을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결국 현재 도르트문트의 리그 순위는 8위로 유럽 대회 진출권에도 미치지 못한다. 리그 10위인 하노버 96과 득실차로 간신히 8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피터 보츠는 감독 경력만 15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그 유명한 조세 무리뉴 감독과 같은 나이다. 하지만 별다른 실적이 없었다. 우승 경력도 없었다. 아약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빅 리그에 진출했지만, 그 꿈은 결국 중간에 좌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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