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제이 보스로이드 단독] EPL의 17/18 빅 이어 도전기

제이 보스로이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공격수로 카디프 시티 FC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에서 뛴 바 있다. 현재는 일본 J리그의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활약 중이다.

 

[풋볼 트라이브 단독] 제이 보스로이드, 편집 정미현 기자=UEFA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도 한 경기만을 남겨둔 지금, 프리미어리그의 다섯 팀들은 모두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16강 진출도 이미 확정했거나, 거의 확정된 상태다. 그동안 EPL 팀들이 유럽 대항전에서 고전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분명 훌륭한 성과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대륙별 대회에서는 5년에서 10년을 주기로 판세가 변하곤 한다. 한때는 이탈리아의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이, 이후에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챔스를 지배했다.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도 우승을 경험했거나, 우승 후보에 꼽혔다. 그리고 이제 그 주도권이 잉글랜드로 돌아온 것이다. 축구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현재 토트넘의 모습은 다른 잉글랜드 팀을 떠올리게 만든다. 바로 북런던 더비 라이벌, 아스널이다. 아스널은 늘 패배를 거듭하며 조별 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하리란 인상을 주곤 했다. 하지만 언제나 반전을 일으켰고, 토트넘 역시 마찬가지다. 진정한 챔스 경험을 위해서는 토너먼트에 진출해야만 한다. 토트넘은 처음 몇 년간 고전했으나, 이제는 챔스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익힌 듯하다. 잉글랜드 축구에 있어 분명 좋은 일이다.

 

이 팀이 어디까지 도달할지는 모르겠다. 훌륭한 기량의 선수들을 보유하기는 했지만, 해리 케인을 제외하고는 레알이나 바르사, 맨시티에서도 뛸 수준의 “월드 클래스” 선수들은 없다.

 

물론 케인과 손흥민은 토너먼트에서 분명 경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선수다. 케인은 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이 무척이나 좋다. 오른발, 왼발, 머리를 가리지 않고 득점할 수 있다.

 

손흥민에게는 돌파 후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리그에서는 주전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만, 유럽 대항전에서는 제법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고 있으며, 또 그때마다 잘한다. 역습을 중심으로 하는 토트넘 같은 팀에 유용한 선수다. 사실 챔스에서 토트넘은 역습을 중심으로 뛰어야만 한다.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처럼 패스 위주로 하면 패배하게 된다.

 

조별 리그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터다. 진정한 시험은 16강 이후부터 펼쳐진다. 토트넘은 조별 리그에서의 레알과는 또 다른 모습의 레알은 상대하게 될 테다. 빅 클럽은 토너먼트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리버풀은 세비야에 3-3 무승부를 거두며 약간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16강 진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리버풀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장면은 상상하기 힘들다.

 

필리페 쿠티뉴,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의 빠르고 창의적인 트리오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겠지만, 수비진이 발목을 잡을 테다. 그러니 수비력 개선이 우선이다. 훌륭한 미드필더도 영입해야 한다. 조던 헨더슨은 내 생각에는 고평가받을 만한 선수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클롭은 구단이 과거 보유하고 있던 스트라이커를 영입해야 한다 – 이를테면 마이클 오웬이나, 로비  파울러, 루이 수아레스 등, 한 시즌에 30골씩 넣을 수 있는 공격수 말이다.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그들과 같은 수준이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견고한 수비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팀이다. 이는 EPL 팀들이 고전하던 부분이기도 하다. 맨유는 무실점과 득점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로멜루 루카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후안 마타, 헨리크 미키타리안, 마커스 래쉬포드 등 좋은 선수들도 있다. 더군다나 감독은 조세 무리뉴. 그는 두 개의 다른 팀에서 빅이어를 들어 올린 만큼, 어떻게 해야 우승하는지를 알고 있다.

 

폴 포그바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무리뉴가 말했듯 맨유에 있어 상당히 귀중한 자원이다. 포그바가 뛸 때마다 맨유는 경기당 세 골에서 네 골씩 넣고 있다. 반면 뛰지 않을 때면 한두 골에서 멈춘다. 나는 그가 이적료만큼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4살의 나이에, 포그바는 이미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다.

 

맨유의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는 드디어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완전히 적응한 듯하다. 과르디올라는 1년에 걸쳐 팀에 흔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지금의 맨시티는 바르사의 황금기를 연상시킨다. 높은 점유율과 스트라이커의 탭인 플레이 (역주: 공을 골문 가까이에서 살짝 밀어 넣어 득점하는 것을 뜻함) 말이다. 노 마크 상황에서 공을 살짝 차넣을 때면 인생 최고의 기분이 든다. 그만큼 드문 기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브리엘 제수스는 항상 그렇게 골을 넣는다!

 

맨시티는 17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는 과르디올라의 역량을 보여준다. 작년에는 과르디올라가 잉글랜드 축구를 배워나가는 과정인 동시에, 선수들이 그의 기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에 보여줬던 약점을 전혀 노출하지 않고 있다.

 

펩은 항상 공격 지향적인 감독이었지만, 동시에 토너먼트에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특히 맨시티 같은 팀을 상대로 상대가 역습 위주의 수비적인 플레이를 할 때 말이다.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세 번의 준결승에서 패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첼시에 눈길을 돌려 보자.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첼시는 어느 정도 강팀이긴 하지만, AS로마를 상대로 좋지 못한 결과를 얻는 등 유럽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경기력을 보인다. 나는 작년에 첼시가 무적처럼 보이는 이유는 챔스 경기를 뛰지 않아서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그들은 지난 시즌 경쟁자들이 러시아로 원정을 떠나는 주중에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바쿠로 여정을 떠나야만 했다. 이 피로는 시간이 갈수록 축적된다. 전력 누수는 당연한 결과다. 에당 아자르와 알바로 모라타 등 월드클래스 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첼시의 스쿼드는 맨시티나 맨유만큼 깊지 못하다.

 

다섯 개의 EPL 팀들이 모두 토너먼트에 진출한다고 가정한다면, 그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팀은 바로 맨시티다. 그들은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경기를 지배한다. 어쨌든 공을 가지고 있는 동안, 상대는 득점할 수 없다.

 

물론 리그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과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PSG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의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슈팅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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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