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서정호 기자] 국가대표팀의 장현수는 감독들의 사랑을 받아온 남자다. 청소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2010년 AFC U-19 챔피언십 청소년 대표, 2011 FIFA U-20 월드컵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12년에는 연세대학교를 떠나 J리그 FC도쿄에 입단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2012 런던올림픽 때도 차출될 뻔했으나 부상 탓에 무산됐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팀의 주장을 맡아 대표팀이 2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2013년 1월 21일 크로아티아와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선발된 장현수는 이후에도 꾸준히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며 한국을 대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뛰어난 발밑으로 후방 빌드업의 중심이 되고 훌륭한 수비 스킬을 앞세워서 수비에 단단함을 더했다. 그동안 많은 감독이 A대표팀을 거쳐 갔지만 장현수의 입지는 굳건했다. 장현수는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도 MVP를 수상하며 자신을 선택한 감독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돌입하며 달라졌다. 장현수는 최종예선 초반,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풀백으로 경기에 뛰었다. 장현수가 멀티 플레이어긴 하지만, 주 활동 무대가 중앙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측면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떨어졌다. 이와 맞물려 대표팀은 수비 불안에 시달리며 최종예선에서 졸전을 펼쳐 나갔다.
대표팀의 수비진 대부분이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수비진의 불안은 중국화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때, 장현수가 대표팀 선수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재력을 자랑했다는 루머가 퍼졌다. 장현수는 장 재벌이라는 오명을 쓰고 중국화의 대표적인 선수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팬의 비난 속에서도 감독들은 장현수를 꾸준히 기용했다. 장현수 역시 팬들의 비난에 대해 ‘내가 잘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하면서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실제로 경기 중에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크게 기여했다. 최종예선에서는 기성용 다음으로 높은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미 씌워진 굴레를 벗어내긴 힘들었다.
새로 부임한 신태용 감독도 장현수를 중용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특히 스리백 포메이션에서 장현수는 변형 스리백 형태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신태용 감독은 변형 스리백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만큼,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장현수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장현수는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비난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아직 26세에 불과한 장현수는 대표팀에 기여할 날이 많이 남아있다. 어린 나이임에도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장현수는 앞으로도 대표팀 수비의 중심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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