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vs 콜롬비아 리뷰: 신태용 호의 첫번째 승리

[풋볼 트라이브=최유진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저녁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예상외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8강, 지난 코파 아메리카에서 3위에 오른 세계적 강팀 콜롬비아 국가대표팀을 2:1로 이겼다. 물론 콜롬비아 대표팀이 새로운 면면을 선발하는 과정 중에 있었던 데다, 많은 주전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놀라운 결과다.

 

콜롬비아 대표팀도 변명거리는 많았다. 대표팀의 많은 선수가 A매치를 10번 이하로 경험한 선수들이었다. 이번 콜롬비아 대표 팀에는 라다멜 팔카오(AS 모나코), 산티아고 아리아스(PSV 에인트호번), 다비드 오스피나(아스널 FC) 같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다.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 FC)는 소집은 되었으나 부상 우려로 경기에 뛰지 않았다. 주전 선수인 카를로스 산체스(ACF 피오렌티나)나 카를로스 바카(비야레알 CF)도 후반전에 나왔다. 또한 콜롬비아 대표팀은 원정 경기에 낯선 나라에서 시차 적응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다빈손 산체스(토트넘 홋스퍼) 등의 스타 선수를 다수 보유한 콜롬비아 대표팀이 경기력 측면에서도 무기력하게 패배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무려 13번의 슈팅과 5번의 유효슈팅으로 콜롬비아의 진영을 짓밟았지만, 콜롬비아 대표팀은 6번의 슈팅, 2번의 유효슈팅밖에 하지 못했다. 2:1이라는 결과는 서로가 펼친 플레이의 정당한 결과물이었다.

 

그간 무기력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일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술 변화가 있겠다. 지난 대표팀의 감독들은 최근 유행을 따라가려고 했었다. 요한 크루이프, 펩 과르디올라가 주장한, 볼의 소유권 위주의 축구 전술 말이다. 결과적으로 전부 실패했다. 우리나라의 선수, 감독 모두 그런 고도의 전술에 필요한 기술과 시야가 부족했다.

 

오히려 축구에서 약체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취해야 할 전술은 플랫 4-4-2였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르난두 산투스의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이 좋은 예였다. 모두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 사용하여 성공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기만 한다면 그렇게까지 수행하기 어려운 전술도 아니었다.

 

여러 선수가 박스를 형성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플랫 4-4-2 포메이션은 공수 간격을 무너뜨리는데 효과가 크다. 각자에게 부여된 수비 공간을 커버하기만 하면 항상 수적 우위를 살려 상대방의 패스와 돌파 모두 차단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콜롬비아의 세 미드필더는 박스에 갇혀서 전방으로 볼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콜롬비아 대표팀의 에이스 하메스를 철저하게 견제한 것 역시 효과적이었다. 하메스는 매우 뛰어난 선수지만 맨마킹, 압박에 약하고 오른발을 잘 구사하지 못한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집중적으로 달라붙는다면 경기 내에서 하메스의 영향력은 감소한다. 고요한이 그 역할을 맡았다. 고요한은 거친 수비를 구사하며 하메스의 플레이를 끊었다. 경기 중 최다 파울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경고 하나로 그쳤을 정도로 능수능란한 모습이었다. 하메스는 거친 플레이를 피하고자 측면으로 빠져나갔고 그 결과 중원과 하메스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하메스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

콜롬비아 대표팀의 안일한 전술도 한몫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선수인 손흥민이었다. 하지만 콜롬비아 대표팀은 손흥민을 방치했다. 고요한이 하메스를 집중적으로 견제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손흥민은 탈압박 능력이 부족해 수비수가 공간을 좁히거나 직접 압박하면 별다른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첫 번째 득점 때부터 손흥민은 자유로웠다.

 

득점 상황에서 권창훈이 올라오면서 이근호에게 패스했다. 그 시점에서 손흥민은 콜롬비아 대표팀의 다른 선수에게 위치상 포위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손흥민을 신경 쓰지 않았다. 손흥민은 빠르게 두 센터백 사이로 파고드는 사이에도 견제받지 않았다. 권창훈이 손흥민에게로 볼을 흘리자 그때야 우르르 동시에 압박해서 골키퍼의 시야까지 가렸다. 손흥민의 역동작 후 슈팅 자체도 훌륭했지만, 그 상황에서 파고들던 이재성에게조차 아무런 견제가 없었다. 손흥민이 이재성에게 내주었다면 완전히 빈 골대에 슛이 들어갈 상황이었다.

 

두 번째 골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요한의 패스가 예리했지만, 손흥민 주변에는 무려 4명의 콜롬비아 선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손흥민이 공을 잡지 못하게 압박하지 않았다. 패스를 받고 슈팅을 하는 동안에도 손흥민은 자유로웠다. 물론 그 결과는 실점이었다. 최소한 상대 팀의 에이스만 제대로 압박했어도 골 결정력이 좋지 못한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이 이리 수월하게 경기를 가져갈 순 없었을지도 몰랐다.

 

경기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잘했고 콜롬비아 대표팀이 못했다. 만약 콜롬비아 대표팀이 빈틈없이 해서 나왔다면 우리가 잘했어도 이렇게 수월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오늘의 승리로 다른 국가대표팀은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만족해서는 안 된다.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