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U-17 월드컵, 새로운 황금 세대의 발견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연령별 대회는 새로운 황금 세대들이 대중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시간이다. 이는 인도에서 열린 2017년 FIFA U-17 청소년 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황금 세대들이 이번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브라질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가 황금 세대를 자처했기 때문에 대중들에 대한 관심도가 남달랐다. 그리고 몇몇 국가들은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➀힘과 기술 모두 압도한 브라질, 그러나 수비에서 무너지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불참했음에도 카나리아 군단은 강했다. 그들은 ‘황금 세대’라는 세간의 평가대로 힘과 기술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스페인마저 브라질을 상대로 1:3으로 대패했다.

 

지난 2017년 U-17 남아메리카 챔피언십에서 브라질의 핵심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알랑 소우자, 링콘 등이 중심이 된 공격진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 그들의 원동력은 중원이었다.

 

알랑 소우자와 마르코스 안토니오 등이 중심이 된 중원은 경기를 운영하는 측면과 기술력에서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조립할 수 있었고 선수 개인의 화려한 기술력이 하나로 뭉친 삼바 축구를 그라운드 위에 재현했다.

 

하지만 브라질의 수비력이 문제였다. 이번 대회에서 기대를 모았던 비탕이 중심이 된 수비진은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는데 가브리엘 브라장의 눈부신 선방이 없었다면 브라질은 4강은커녕 8강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약점은 단기전이든 장기전이든 결국 발목을 잡게 마련이다. 브라질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잉글랜드는 빠른 역습 축구와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그들을 공략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구사했던 브라질은 잉글랜드의 짜임새 있는 축구에 고전했다. 결국, 브라질은 4강에서 잉글랜드에 1:3으로 패했다. 비니시우스의 불참이 아쉽게 남았던 브라질이었다.

 

➁미숙함을 극복하지 못한 프랑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온두라스, 뉴 칼데도리아 등 비교적 쉬운 조에 배치됐다. 아민 구이리와 막상스 케클랭, 야친 아들리가 중심이 된 프랑스 공격진은 창의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공격축구를 선보이며 상대 팀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철옹성 같은 프랑스의 수비는 수비수들의 부족한 기술에서 발목이 잡혔다. 그들은 자신들의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능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적극적으로 상대를 수비하는 방식에서 불필요한 파울을 남발해서 경기를 어렵게 했다. 결국, 프랑스는 16강에서 스페인에 페널티 킥을 허용해 허무하게 탈락했다.

 

➂에이스의 부재를 겪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구단이다. 이것은 그들의 유소년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두 구단 모두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최고의 선수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스페인 선수들은 전체적인 기량이 상향됐지만 뚜렷한 개성이나 특출함을 가진 선수가 적었다.

 

이것은 팀의 전술이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대회에서 6득점을 기록한 아벨 루이스가 있지만, 실질적인 에이스는 세사르 헤라베르트와 세르히오 고메스였다. 하지만 이들의 재능 자체는 압도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티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전술 보다 팀의 전술을 맞추는데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스페인의 공격은 최후방의 빅토르 추스트의 발끝에서 시작됐고 모아 무클리히스트와 헤라베르트, 고메스로 이루어진 중원이 공간을 넓혀가고 볼 점유율을 높여갔다. 이러한 전술은 스페인이 대회에서 순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확실한 에이스가 없으면 어떻게 패배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들이 조별 예선에서 브라질에 1:3으로, 그리고 결승전에서 잉글랜드에 2:5로 대패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페인에는 위기의 상황에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에이스가 없었다.

 

➃골짜기 세대를 경험하는 독일

 

최근 독일과 분데스리가는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특출난 재능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에서 독일은 팀 전체가 에이스인 얀-피에테 아르프 한 명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이 강했고 상대 팀들은 그를 봉쇄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독일은 조별 예선에서 이란에게 0:4로 대패해 체면을 구겼고, 가까스로 조별 예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8강에서 만난 브라질의 황금 세대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필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독일 축구 협회와 분데스리가에 그들이 맞이할 어두운 미래에 대한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선수는 아르프 한 명 뿐이었다.

 

➄최근 좋은 성과를 내는 잉글랜드

 

지난 U-20과 이번 대회를 통해 깨달은 사실은, 최근 잉글랜드에 꾸준히 좋은 유소년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U-20에서 잉글랜드가 거둔 성적이 우연이라고 생각된다면,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가 보여준 성적은 충분히 이해될 만했다.

 

스티븐 쿠퍼 감독은 브라질 같은 화려한 축구보다 스페인처럼 짜임새 있으면서도 프랑스처럼 강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과 압박 축구를 선택했다. 화려함 대신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쿠퍼 감독의 축구는 잉글랜드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수비력과 왼쪽 측면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은 잉글랜드의 빠른 역습과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력에 당황했다. 그들의 자랑이었던 중원도 수비력이 무너지자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에 필 포덴이 중심이 된 중원은 브라질이 재정비할 틈을 내주지 않았다.

 

이것은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잉글랜드는 초반에 2실점을 허용했지만, 자멸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운영 능력이 미숙한 산티 감독의 스페인이 자멸했다. 스페인은 전술을 수정해야만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잉글랜드는 우왕좌왕했던 스페인을 폭격했다. 그리고 그들의 선배들이 하지 못한 첫 우승을 차지했다.

 

➅전체적으로 상향된 축구 실력

 

이번 대회를 통해서 느낀 것은, 유럽과 남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가 국가들 수준이 전체적으로 많이 상향됐다.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한 유소년 시스템의 소득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 대회의 최강자인 나이지리아가 이번 대회에 불참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강세가 꺾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말리와 가나를 비롯한 국가들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말리의 라사나 은디아예는 6득점을 기록해 대회 득점 2위를 차지했다.

 

또한, 일본과 이란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매 연령별 대회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기량이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 일본은 쿠보 타케후사 같은 뛰어난 재능을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발전된 유소년 시스템 때문에 과거처럼 연령별 대회에서 특정 선수가 팀을 이끄는 것을 보기는 많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수들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것처럼 비슷해지고 있고, 개인의 개성이 사라지는 추세다. 이번 대회는 새로운 황금 세대들이 등장한 대회였지만, 동시에 비슷한 선수들이 많이 뛴 대회이기도 했다.

 

어쩌면 앞으로 등장할 황금 세대들은 그들의 위대한 선배들 보다 개성이 떨어지는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