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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시대,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날까?

[풋볼 트라이브=최유진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변 없이 10월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더 베스트 풋볼 어워즈 2017 시상식에서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를 따돌리고 2017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 선정됐다. 32살이라는 나이에 얻어낸 2년 연속 수상이다. 경이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와 별개로 여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극도로 저조해진 득점력도 그중 하나다. 이번 시즌 호날두는 9라운드까지 진행된 라리가에서 겨우 1골밖에 득점하지 못했다. 스페인의 축구 매체 ‘마르카’는 호날두의 부진을 유례없는 골가뭄(unusual drought)이라 표현하며 레알 베티스, 데포르티보 알라베스, 에스파뇰, 에이바르같이 수비가 강하지 않은 팀을 상대로도 득점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유로 2016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파예에게 당한 무릎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 매우 불안정한 경기력을 보였다. 같은 9라운드까지 리그에서도,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도 각각 2골밖에 득점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을 치료하고 후유증을 벗어난 이후에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였다.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던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을 거머쥐었으며, 현재도 가장 유력한 2017 발롱도르 후보다. 즉, 지난 시즌의 부진은 오로지 부상 여파가 컸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호날두에게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 지난 시즌 직후 컨페더레이션 컵이 있긴 했지만, 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고, 아직 시즌 초반이다. 호날두 본인도 체력적으로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호날두는 프리시즌 탈세 논란에 휘말렸다. 8월에 열린 FC 바르셀로나와의 수페르코파 1차전에 교체 출장한 호날두는 후반 35분 1골을 터트렸지만 2번의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고, 그 과정 중 심판의 몸을 건드려 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 기간에 레알 마드리드는 발렌시아 (2:2), 레반테 (1:1) 등과 무승부를 겪으며 초반 부진 논란에 휘말렸다. 자신의 섣부른 행동으로 그 경기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호날두는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동 기간 라이벌 메시의 질주 역시 호날두에게 영향을 줬을 테다. 메시는 이전과 달리 득점을 주로 책임지는 위치에 서서 리그 9경기 11골로 독보적인 득점 행진을 하고 있다. 항상 메시를 의식하는 호날두는 더 베스트 풋볼 어워즈 2017 시상식에서 “메시와의 경쟁은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메시를 의식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 메시와의 관계가 호날두를 조급하게 만들어 오히려 경기력을 해칠 수도 있다.

 

슈팅 수와 유효 슈팅 수 간의 대비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경기당 슈팅 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유효 슈팅의 개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호날두가 2015/2016 시즌, 슈팅 수 6.3개, 유효슈팅 수 2.9개로 반 가까이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면 2016/17 시즌은 슈팅 수 5.5개, 유효슈팅 수 2.2개로 조금 떨어졌고, 2017/18 시즌에는 경기당 슈팅 수 6.4개, 유효 슈팅 수 1.8개로 현저한 수치 하락을 보인다. 이는 슈팅을 날리는 호날두의 플레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점차 골대와는 멀어지는, 무리한 슈팅을 날린다는 근거가 된다.

 

물론 신체 능력의 저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보여온 선수다. 빠르고 경쾌한 드리블로 돌파하던 선수였던 호날두는 나이를 먹으며 불필요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기다리다 좋은 위치를 얻어내며 수비진이 막기 어려운 각도에서의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최근에는 수비수와의 경합이 어려울 때는 특유의 퍼스트 터치로 수비수나 골키퍼가 자리 잡기도 전에 빠른 슈팅을 날리는 것을 장기로 삼았다.

 

하지만 신체 능력의 저하는 결국 경기에서 선택지가 적어지게 만든다. 호날두가 취할 수 있는 플레이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호날두를 저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편해진다. 특히나 기회 자체를 주려고 하지 않고 수비벽을 쌓는 하위권 팀을 상대로는 오히려 호날두가 부진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호날두의 움직임 역시 퍼스트 터치는 물론 오프더볼 움직임조차 때론 평소답지 않을 때가 많다. 이미 돌파력이 많이 떨어진 호날두가 마지막 카드를 상실한다는 것은 축구 선수로서 특별함을 잃어버린다는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호날두가 정말 부진한가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해볼 여지도 많다. 호날두는 최고의 팀이 나오는 2017/18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3경기 5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모든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2017 컨페더레이션 컵에서도 4경기 2골 1도움으로 포르투갈을 3위에 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도 최근 4경기 4골 2도움을 터트리며 조국 포르투갈을 월드컵 본선 무대로 이끌었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것도 라리가 무대에서만 부진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최근 부진의 이유를 호날두에게서 찾기보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찾기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으로 출전, 영혼의 파트너 카림 벤제마의 부진, 우측 풀백 다니 카르바할의 장기 이탈, 2년 연속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인한 동기 부여 상실, 보수적인 전술 운용으로 인한 타성 등 이유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호날두는 항상 출전하며 소위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복이 없던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최근 2년도 마찬가지였다. 30살을 넘기고 점점 추락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벗어나 중요 경기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 시즌도 똑같은 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당연히 호날두도 인간인 이상 언젠가는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지만, 그 순간이 언제일지 지켜보는 것도 축구 팬에게 있어 의미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