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세리에 A

순항 중인 인터 밀란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8경기 7승 1무. 승점 22점이자 세리에A 2위. 이번 시즌 인터 밀란의 성적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4위권 경쟁 팀인 AS 로마와 AC 밀란에게도 승리한 만큼, 인테르는 분명 순항 중이다.

 

하지만 인테르의 순항을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이기는 와중에도 좋지 않은 경기를 보여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➀플레이 메이커의 부재

 

마우로 이카르디는 세리에A 최고의 공격수다. 하지만 볼을 소유하는 데나 스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지 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 단점 때문에 좌우 측면 공격수인 이반 페리시치와 안토니오 칸드레바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 팀들이 이런 인테르 공격진의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이번 시즌 인테르를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은 좌우 측면을 아예 걸어 잠그고 나오곤 했다. 인테르는 그 때문에 늘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카르디의 파트너로 파트리크 쉬크와 아르투로 비달, 앙헬 디 마리아, 루카스 모우라 등의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테르의 소유주 쑤닝 그룹이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 자본 투자를 통제당하며 스팔레티 감독이 원하던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다.

 

이에 스팔레티 감독은 주앙 마리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이카르디를 보좌할 수 있도록 했다. 마리우의 속도와 전진 능력, 그리고 폭넓은 활동량이 구단의 답답한 공격 전개를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

 

하지만 마리우는 이카르디에게 어떤 기회도 제공하지 못했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도 이카르디를 도와주지 못했다.

 

➁측면

 

인테르는 역사적으로 지아친토 파케티와 주세페 베르고미, 하비에르 사네티, 더글라스 마이콘 등 최고의 풀백들을 보유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테르의 최대 약점은 다닐로 디암브로시오와 유토 나가토모가 뛰는 풀백이다. 그들 모두 뛰어난 수비수들과 거리가 멀고 크로스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인테르는 좌우 풀백을 영입해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해외 자본 투자 제한 탓에 달베르트 엔리케와 주앙 칸셀루를 영입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인테르의 이적생들은 만족스럽지 않다. 달베르트는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공격력에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칸셀루는 이적하자마자 장기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스팔레티 감독은 디암브로시오와 나가토모를 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의 기용은 인테르가 상대 팀들에게 거대한 약점을 드러낸 채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좌우 풀백들의 부진은 수비뿐 아니라 페리시치와 칸드레바의 고립으로 이어진다.

 

➂수비

 

트레블 시절 인테르는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구사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들의 수비력은 급격하게 약해졌다. 인테르로 돌아온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주앙 미란다와 헤이슨 무리요 등을 영입해 수비력 강화에 힘썼지만, 결국 인테르의 수비력은 무너졌다.

 

이에 인테르는 수비력 강화를 위해 삼프도리아로부터 밀란 슈크리냐르를, 아탈란타로부터 알레산드로 바스토니 등을 영입해 장단기적인 수비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슈크리냐르는 현재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슈크리냐르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인테르의 수비력이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좌우 풀백들의 부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비의 핵심이었던 미란다의 노쇠화 과정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란다는 인테르에서 가장 꾸준한 수비수였다. 파트너인 무리요와 안드레아 라노키아가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도 미란다만큼은 건재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미란다는 볼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 공격수들에게 피지컬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➃중원

 

보르하 발레로와 마티아스 베시노의 영입으로 이번 시즌 인테르의 중원은 강해졌다. 중원에서의 효율성을 보자면, 강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베시노와 갈리아르디니 좋은 선수들이고, 그 다재다능함은 인테르의 중원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인테르의 문제는 두 선수의 역할이 제대로 분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베시노는 전진 드리블 능력과 침투에 능한 미드필더고, 갈리아르디니는 스루패스와 위치 선정에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두 선수 모두 비슷한 성향과 장점이 겹쳐서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인테르는 모든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인테르의 얇은 선수단은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인테르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은 현명한 겨울 이적 시장을 보내는 것뿐이다.

 

물론, 좋은 경기력이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것처럼 좋은 선수들의 영입이 좋은 경기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선수들이 평범한 선수들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고, 더 많은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테르가 진정으로 강팀이 되고 싶다면 그들은 구단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해야만 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