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오창훈 기자] 1위 전북 현대 모터스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는 ‘추격자’들의 맞대결, 2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3위 울산 현대가 22일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었다. 경기 내내 울산이 주도권을 가져갔지만, 오르샤의 핸드볼 파울 하나로 내준 페널티킥 기회를 제주가 살리며 결국 승점 3점은 제주의 몫이 되었다.
경기 전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비록 2위 제주와는 3점, 1위 전북과는 7점 차지만 아직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는 울산이기에 승점 3점이 중요했다. 상대 제주의 조성환 감독은 울산에 승리가 절실하다는 점을 인지했으며, 너무 승리에 조급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경기를 즐기자는 주문을 선수들에게 했다고 인터뷰했다.
홈팀 울산은 4-1-4-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김용대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이기제 – 김치곤 – 리차드 – 김창수의 포백 라인, 박용우가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되었고, 김승준 – 김성환 –한상운 – 오르샤로 2선을 구축했다. 최전방에는 이종호가 자리를 지켰다. 사실상 가용 가능한 최상의 전력을 들고나온 울산 현대였다.
원정팀 제주는 쓰리백 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호준 골키퍼를 비롯해 쓰리백에 오반석 – 권한진 – 김원일 라인, 양 윙백에 정운과 박진포를 배치했다. 중원의 삼각형은 권순형과 윤빛가람, 이창민이 배치되었고, 투톱에는 마그노와 진성욱이 투입되었다. 역시 선발할 수 있는 베스트 일레븐을 모두 배치한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다만 수비의 한 자리를 맡았던 조용형이 경고 누적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었다.
▶ 전반전 : 위협적인 기회를 몇 번 주고받았지만, 무득점으로 마무리되다
먼저 위협적인 기회를 잡은 것은 울산이었다. 전반 5분 경 오르샤가 하프라인 우측에서 탈압박 이후 공격 상황에 가담한 중앙 수비 리차드에게 볼을 넘겨주었다. 이후 리차드가 이종호에게 날카로운 쓰루패스를 찔러줬지만 김호준 골키퍼가 한발 앞서 걷어냈다. 그러나 골대는 비어있었고, 이를 오르샤가 발만 갖다 대어 재치 있게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정확하게 임팩트가 되지 못하면서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26분에는 결정적인 기회가 울산에 찾아왔다. 골문 상황에서 혼전이 벌어졌고, 제주 선수들이 걷어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패널티 박스 바깥쪽에 있던 김창수에게 공을 연결해주고 말았다. 김창수는 이를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은 이종호의 몸에 맞고 굴절되어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행운이 따를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2%가 모자랐던 순간이었다.
이에 맞서 제주는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로 역습 위주의 공격을 진행했다. 전반 30분경에는 윙백 박진포가 상대 수비 뒤로 돌아가는 것을 노린 이창민의 날카로운 패스가 있었다. 윤빛가람과 이창민, 권순형 등의 킥력이 좋은 중앙 미드필더를 활용한 제주의 전술이었지만, 아쉽게도 마무리가 부족해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울산은 주로 왼쪽 풀백 이기제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 그리고 오르샤의 공간 침투를 활용한 공격을 주로 전개했으나, 아쉽게도 크로스가 결정적인 기회로 이어진 상황은 없었다. 양 팀 모두 주요하게 활용한 공격 전술이 마무리가 부족하거나, 공격 전술에 맞는 카드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양 팀 모두 탄탄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던 점도 무득점 상황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경기의 주도권은 울산이 잡았다. 볼 점유율 상에서도 울산이 64%로, 제주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볼을 소유하며 제주의 골문을 위협했다. 앞서 언급했듯 제주는 역습 위주의, 수비 라인 뒤를 노린 패스를 통해 공격 기회를 몇 차례 보였고, 아쉽게 양 팀 모두 득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후반전 : 한 번의 찬스를 잡은 제주, 승기를 잡다
후반 시작에 앞서 울산은 이명재를 투입하며 전술상의 변화를 주었다. 또한 좌측의 오르샤와 우측의 김승준의 스위칭을 통한 변화도 준 울산이었다.
후반 4분, 울산 수비 김치곤이 제주 공격수 진성욱과의 공중 경합 과정에서 팔꿈치를 쓰면서 경고를 받았고, 이에 제주가 프리킥 상황을 잡았다. 윤빛가람이 프리킥을 처리하는 과정, 아무런 문제 없이 넘어가나 싶었던 상황에서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수비벽에 맞은 상황에서 울산의 오르샤의 손에 맞았다는 판정, VAR 판독까지 갔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오르샤는 경고를 받았다.
페널티킥 키커는 마그노, 이전까지 4차례의 페널티킥 기회를 모두 성공했던 마그노는 이번에도 놓치지 않고 득점에 성공했다. 상대 골키퍼 김용대를 완벽하게 속이며 제주에 선제골을 안긴 마그노 덕에 제주가 후반 8분, 1대 0으로 앞서갔다.
페널티킥 직후에 울산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종호가 얻어낸 프리킥을 오르샤가 처리, 상대 수비에 굴절되어 코너킥으로 연결되었고,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김승준이 머리를 갖다 대며 골문을 노렸다. 아쉽게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실점 직후 다시 공격 분위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공격이었다.
후반 13분, 울산이 두 번째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중원의 김성환을 빼고 타쿠마를 투입하며 변화를 주기 시작하는 울산 현대였다.
선제골에 득점한 이후 제주 특유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중앙 미드필더 권순형, 윤빛가람, 이창민과 마그노의 유기적인 원투패스 플레이는 마치 빅리그의 빌드업을 연상하게 하는 시원시원한 플레이였다.
후반 17분에 바로 울산이 위협적인 기회를 가져갔다.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내려온 이종호가 문전으로 올린 땅볼 크로스가 교체 투입된 타쿠마에게 연결되었다. 타쿠마가 이를 슈팅하기 좋게 공을 다룬 이후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가며 무산됐다.
풀리지 않았던 경기가 답답했던지, 울산의 김승준이 불필요한 플레이를 보였다. 후반 20분경 우측에서 두 명의 협력수비에 의해 볼이 터치아웃된 상황, 바로 앞에서 본 부심은 제주의 볼을 선언했다. 이에 김승준이 반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경고를 받은 것. 풀리지 않는 상황일수록 더욱더 침착하고 차분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잠깐 잊은 플레이였다.
후반 27분경, 계속해서 점유율을 늘려가던 울산에 기회가 왔다. 왼쪽 측면으로 들어가는 타쿠마를 바라본 한상운의 패스, 그리고 문전을 바라본 타쿠마의 크로스를 김승준이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아마 후반전 울산이 보여준 가장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플레이였지만 공은 골대를 외면했다.
후반 30분 제주도 첫 번째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득점을 기록한 마그노를 제외하고 류승우를 투입한 것. 마그노의 체력 안배 겸 류승우의 빠른 속도를 활용한 역습 플레이를 노리고자 하는 제주의 전술 변화로 보였다.
후반 33분, 울산의 마지막 교체카드도 사용되었다. 중원의 한상운을 빼고 이영재를 투입한 울산이었다. 가능한 공격의 변화를 모두 주면서 동점 골을 노리려는 울산의 교체 전술이었다.
후반 종료 10분을 앞두고 제주는 사실상 완전히 내려앉은 대형을 취했다. 이에 울산도 중앙 수비수 리차드가 아예 중앙선 위쪽으로 올라서는 등 동점골을 향한 공격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후반 38분, 진성욱을 빼고 멘디를 투입했다. 아무래도 제주의 대형에서는 긴 패스를 활용한 공격 상황에서는 장신 공격수가 효과적인 카드였을 것이다. 후반 막판 자주 애용하는 멘디 카드를 오늘도 어김없이 꺼내든 제주였다. 이어 후반 44분, 체력 안배 차원에서 이창민을 빼고 이동수를 넣으며 마지막 교체카드까지 활용했다.
후반 마지막 추가시간으로 5분이 주어졌고, 울산은 끝까지 파상공세를 취하며 문전으로 계속해서 볼을 띄워줬다. 제주 선수들은 몸을 던져가며 울산의 공격을 막아내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보여줬다. 오히려 추가시간 4분경에는 기회를 잡은 제주가 윤빛가람의 위협적인 슈팅으로까지 연결했고, 코너킥을 얻어냈다.
결국, 막판에는 오히려 제주가 볼을 점유했고, 이에 울산은 또 불필요한 플레이를 보였다. 제주가 왼쪽 측면에서 정운이 볼을 지키고 있던 상황에서 김창수가 강하게 정운의 무릎을 밟았고, 주심은 바로 퇴장을 명령했다. 결국, 경기에서는 물론 경기 매너에서도 패배해버린 울산이었다.
같은 시각 전북이 강원에게 4대 0으로 승리하며 전북과의 승점 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제주는 오히려 3위 울산과의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리며 안정적으로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울산은 우승 경쟁에서 사실상 멀어지게 됐다.
[사진 출처=제주 유나이티드 구단 공식 SNS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