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지난 19일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개인적인 문제로 스페인 대표팀을 사임하면서 후임으로 로베르토 모레노 코치가 선임됐다.
유로 2020은 2020년 6월 12일부터 7월 12일까지 치러진다. 대회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러운 사령탑 변화가 스페인 대표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년이라는 시간은 전혀 길지 않다. 특히, 대표팀 감독직은 더더욱. A매치를 통해 선수들끼리 조직력을 맞추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한없이 부족하며 다양한 전술적 선택지를 가져가기 어렵다.
그만큼 엔리케의 사임은 급작스러웠고 동시에 치명타이기도 하다. 물론,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전에 경질된 훌렌 로페테기 감독 시절과 달리 이번에는 시간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그러나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스페인 축구 협회가 선택한 대안이 문제다. 후임인 모레노는 1977년 9월 19일생으로 올해 만 42살이 되는 매우 젊은 감독이다.
문제는, 젊은 나이답게 감독을 맡은 적이 없다. 심지어 프로 생활도 길지 않다. 모레노는 그가 26살이 되던 2006년부터 CE 로스피탈레트의 유소년팀 코치를 맡았던 것을 시작으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1/2012시즌 AS 로마 시절부터 스페인 대표팀까지 엔리케를 따라다니며 코치 역할을 수행했다.
말 그대로 스페인 축구 협회는 엄청난 도박을 감행한 셈이다. 대표팀 감독은 무언가를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제까지 시험했던 것을 쏟아붓는 자리다. 그만큼 감독의 경력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가치관, 동시에 선수단 장악력 등에서 확실히 검증된 인물을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레노는 그라운드에서 이를 많이 증명한 인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만약 스페인 대표팀이 유로 2020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그 비판은 모레노뿐만 아니라 그를 선임한 스페인 축구 협회에 고스란히 가해질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축구 협회가 매우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엔리케가 갑작스럽게 사임했지만, 모레노는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인물인 만큼 기존의 전술적 부분이나, 선수단 관리 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즉, 기존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여 내년을 준비하는 셈이다.
만약 새로운 인사를 선임했다면, 엔리케가 만들어놓은 팀을 다시 갈아엎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거나,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유로 2020 개막까지 1년도 남지 않은 현재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위험부담이 클 수도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부족하고, A매치에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더더욱 촉박하다.
중요한 건 성적이다. 아무리 위험 부담이 크다고 해도 성적이 뒤따른다면, 이런 불안감은 사라지고 찬사를 받기 마련이다. 지네딘 지단 감독 역시 2015/2016시즌 중반에 레알 마드리드를 맡았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지만, 그는 UEFA 챔피언스 리그 3연패로 논란을 잠재웠다. 모레노 역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모레노가 이끄는 무적함대가 다소 위험 부담을 떠안고 출항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사진 출처=마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