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위르겐 클롭 감독은 2010년대를 수놓은 명장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분데스리가의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리그 2연패를 차지했던 클롭은 2012/2013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조세 무리뉴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클롭은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부임 첫해 UEFA 유로파 준우승을 경험했다. 지난 시즌에 아쉽게 프리미어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챔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업적을 앞세운 클롭은 지난 23일 밀라노에서 열린 FIFA 풋볼 어워즈 2019년에서 FIFA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클롭은 선수들과 감독들이 글을 올리는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어쩌면 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클롭은 “나는 약간 쑥스러운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왜냐하면, 때때로 나는 바깥세상 사람들이 축구 선수나 감독을 우리가 신과 같은 존재로 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으로서 나는 하나님을 믿고, 주님께서는 축구에서 아무것도 하실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실은 우리 모두 끊임없이 실패한다. 내가 젊은 감독이었을 때 나는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이 이야기는 그 실패의 이야기 중 하나다”라며 글을 썼다.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을 회상한 클롭은 “우리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뮌헨 원정에서 20년 동안 승리하지 못했다. 나는 영화를 보며 많은 영감을 얻기에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때마다 항상 록키 발보아를 떠올렸다. 내 생각에 전 세계의 모든 공립학교가 록키 1, 2, 3, 4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에른전 전날 밤, 나는 팀 대화를 위해 선수들을 호텔에 모았다. 모두 앉아 있었고 모든 불이 꺼졌다. 나는 그들에게 상황의 진실을 말했다. ‘지난번 도르트문트가 뮌헨에서 승리했을 때 너희들은 여전히 유아용 기저귀(Pampers)를 차고 있었다’고. 그러고 나서 나는 록키 4의 몇몇 장면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반 드라고가 나오는 장면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클롭은 “나는 선수들에게 ‘봤니? 우리는 록키다! 우리는 더 작아, 그래! 하지만 우리는 열정이 있다! 우리는 챔피언의 심장을 가지고 있단 말이다! 우리는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어느 순간 선수들의 반응을 보려고 했다. 나는 선수들이 의자에서 일어나고 시베리아에 있는 산을 향해 뛰어갈 준비를 하고 완전히 미쳐버릴 것을 예상했다”고 썼다.
그러나 클롭이 원하는 반응은 나오지 않았던 듯하다. 클롭은 “하지만 모두가 죽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며 “그러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록키 4가 언제 나왔지? 1980년대? 이 선수들은 언제 태어났는가? 그래서 나는 ‘잠깐, 혹시 록키 발보아가 누군지 아는 선수들은 손 들어줄래?’라고 물었다. 세바스티안 킬과 패트릭 오보모옐라만 손을 들더라”고 밝혔다. 킬은 1980년생이고, 오보모옐라는 1979년생이다.
한 마디로 클롭의 연설 전체가 선수들에게 쓸모가 없었던 셈.
하지만 클롭은 “이게 진짜 이야기다. 이것이 실제로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인간이다. 가끔, 우리는 우리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다. 우리 스스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야만 하고 다시 나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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