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상술한 크로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레알을 여러 차례 상대한 선수들이라면, 크로스를 저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우 잘 알고 있을 테다. 그만큼 상대는 크로스를 많이 압박하고자 한다.
그러나 마르셀로를 크로스와 함께 기용하면 이런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이는 마르셀로가 뛰어난 키핑 능력을 보유한 기술적인 풀백이자 주력이 약점인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가 크로스를 압박하고자 하면, 마르셀로는 그의 주변으로 움직이면서 공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동료를 보호한다. 마르셀로의 도움 덕분에 크로스는 공 배급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크로스가 안정적으로 공을 배급하면 레알의 중원은 유기적으로 공이 순환되고 그만큼 공격 기회를 많이 가져가게 된다.
물론, 마르셀로와 크로스를 동시에 기용할 경우 수비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마르셀로는 분명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풀백이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너무 강하며 팀의 공격 전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오버래핑을 자주 시도한다. 이때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면 왼쪽 측면을 쉽게 허용한다.
이러한 왼쪽 측면에서의 수비적인 문제점 때문에 솔라리는 마르셀로를 빼고 레길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시절부터 솔라리가 보여줬던 특징이기도 한데, 그는 지단처럼 선수들의 조합이나 전술로 선수들의 약점을 극복하기보다 선수 개개인의 성향만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감독이다.
그러나 레길론은 직선적인 돌파 이후 크로스에 강점이 있는 선수지, 마르셀로처럼 기술적으로 상대의 압박을 빗겨 내거나, 동료들과 끊임없이 공을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크로스를 보호할 수 있는 풀백과는 거리가 멀다. 결정적으로 동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다 보니 공격적인 선택지에서 많은 것을 안겨줄 수 있지 않다.
레길론의 이러한 플레이 성향은 크로스를 절대로 보호해줄 수 없다. 그만큼 크로스의 활용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리고 중원에서의 장악력이 약화할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패스 미스를 범하게 되면서 상대에게 많은 역습 기회를 내주게 된다.
솔라리 체제에서 크로스가 부진했던 것은 선수 본인의 문제도 있지만, 레길론의 이런 성향 때문이었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솔라리는 전임자였던 카를로 안첼로티와 지단처럼 중원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전술보다 측면을 넓게 벌리고 움직이는 전술을 선호했다. 그렇다 보니 크로스의 전술적 가치나 비중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크로스는 솔라리 체제 막판에 조금씩 입지가 줄어들었다.
반대로 지단은 중원 장악을 우선시하는 감독이다. 볼 점유율에서 밀린다고 해도 지단 감독은 상대에게 어떻게든 중원에서의 공간을 내주지 않고자 한다. 중원을 내준다는 것은 상대에게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허용한다는 뜻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전술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단은 크로스를 최우선으로 기용한다. 동시에 크로스의 공 배급 능력과 중원에서의 안정감을 확실히 가져갈 수 있는 조력자인 마르셀로를 배치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전술적인 이유로 레길론은 지단의 축구에 맞는 선수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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