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③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월등히 떨어지는 레길론
레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동료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레길론과 마르셀로의 확연한 차이점이자 동시에 그가 왜 지단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마르셀로는 공을 많이 만져야만 하는 선수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레알의 핵심 공격 루트는 왼쪽 측면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마르셀로가 공을 자주 만지면서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거나, 드리블 돌파로 왼쪽 측면을 돌파한 이후 중앙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에게 패스하거나, 본인이 직접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마르셀로의 이런 플레이 메이킹 능력 덕분에 왼쪽 측면은 레알의 핵심 공격 루트였고, 덕분에 오랜 시간 동안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다.
반면, 레길론은 마르셀로와 달리 공을 많이 만지는 선수가 아니다. 그의 강점은 플레이 메이킹보다 돌파다. 필자는 레길론을 보면 현재 첼시로 임대를 떠난 마테오 코바시치가 떠오른다. 두 선수 모두 돌파 능력이 훌륭하고 한 번 가속이 붙으면 엄청난 속도로 하프라인을 넘는다.
그런데 레길론과 코바시치 모두 최종 선택지에서 늘 아쉬움을 보인다. 본인들의 속력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런지 돌파 시 시야가 지나치게 좁아진다. 그래서 주변 동료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 기어이 공을 빼앗긴다. 그렇다 보니 크로스와 마르셀로처럼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레길론은 왼쪽 측면에서 비니시우스가 좀 더 좋은 위치에 있어도 상대가 자신에게 경합하고 나서야 그제야 패스한다. 문제는, 그때 비니시우스는 이미 상대 수비수들에게 마킹 당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레길론의 패스를 받고도 문전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분명히 크로스에 강점이 있는 레길론이지만, 크로스가 좋다고 해서 플레이 메이킹 능력까지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마르셀로처럼 동료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능적인 부분을 가져야만 하는데, 레길론은 그런 선수와 거리가 멀다.
물론,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는 선수이다 보니 공을 가지고 이것저것 시도하기를 좋아하는 비니시우스의 역할을 극대화하기에는 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지단은 전체적인 전술의 틀을 구축하면, 세부적인 전술은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인물이다. 지단은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전술적 자유도를 부여한 이후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감독이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과 패스, 시야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데 기본적인 플레이 메이킹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마르셀로가 레길론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